밤 12시가 넘었고 눈꺼풀은 천근만근 무겁다.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손에 쥔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의미 없는 숏폼 영상을 넘기거나 웹서핑을 계속한다.

자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수면을 지연시키는 이 행동, 심리학에서는 이를 ‘보복성 취침 미루기(Revenge Bedtime Procrastination)’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보복’이라는 단어가 쓰인 이유는 낮 동안 빼앗긴 자신의 시간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직장 상사의 지시, 육아, 가사 노동 등 타의에 의해 통제받았던 낮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 유일하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밤 시간을 희생해서라도 자유를 누리려는 무의식적인 반항이다.

이 현상은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사람들에게서 더 자주 나타난다. 낮 동안 억눌렸던 욕구가 밤이 되어서야 분출되는 것이다. “지금 자면 내일 또 출근해서 일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늘 하루가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며 잠들기를 거부한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자기 파괴적인 행동이다.

수면 부족은 전두엽의 기능을 저하시켜 다음 날의 인지 능력과 감정 조절 능력을 떨어뜨린다. 판단력이 흐려지니 업무 효율은 낮아지고, 스트레스는 더 쌓이게 되며, 그 보상 심리로 밤에 또다시 스마트폰을 붙잡게 되는 악순환의 늪에 빠진다. 또한 늦은 밤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는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여 뇌를 각성 상태로 만든다. 이는 단순한 수면 부족을 넘어 만성 불면증으로 발전하는 지름길이다.

보복성 취침 미루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밤의 자유’가 아닌 ‘낮의 틈새’를 공략해야 한다. 낮 시간에 짧게라도 온전히 나만을 위한 휴식 시간을 확보하여 심리적 결핍을 채워주어야 한다.

점심시간에 혼자 산책을 하거나, 퇴근길에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등 내가 주도적으로 시간을 썼다는 감각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취침 알람을 설정하여 그 시간이 되면 강제로 스마트폰을 끄고 침실과 분리하는 물리적인 환경 설정이 필요하다. 밤에 깨어 있는 시간은 휴식이 아니라 뇌를 혹사시키는 연장 근무일뿐이다.

진정한 자신을 위한 보상은 유튜브 영상 몇 편이 아니라, 지친 뇌와 몸을 회복시켜 줄 달콤한 잠이다.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의 밤을 양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를 얻는 방법임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