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니까 따로 잔다? 미국 부부들 사이 ‘수면 이혼’ 급증하는 이유


오랫동안 부부는 한 침대에서 자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을 중심으로 ‘수면 이혼(Sleep Divorce)’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부부가 이혼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수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잠자리만 분리하는 생활 방식을 뜻한다.

미국 수면 재단(Sleep Foundation)의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커플의 약 30% 이상이 수면 이혼을 선택하거나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수면 부족이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부부 관계까지 파괴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실제로 배우자의 코골이, 이갈이, 잦은 뒤척임은 상대방의 수면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수면 전문가들은 침대를 공유하는 것이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마다 최적의 수면 온도가 다르고, 입면 시간과 기상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더위를 많이 타서 에어컨을 켜야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추위를 타서 이불을 덮어야 한다면 두 사람 모두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수면 중에 발생하는 미세한 각성은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끊어 놓는다. 이렇게 축적된 수면 부채는 다음 날의 피로와 짜증으로 이어지고, 결국 사소한 일로 부부 싸움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연구진은 수면 부족이 타인의 감정을 읽는 능력을 저하시키고 공감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배우자의 말에 더 공격적으로 반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면 이혼을 실천한 부부들은 오히려 관계가 개선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각자의 방에서 숙면을 취하고 나니 아침에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훨씬 부드러워졌다는 것이다. 또한 잠자리가 분리되었다고 해서 정서적인 유대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잠들기 전이나 기상 후에 스킨십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따로 마련함으로써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에는 아예 방을 따로 쓰는 것뿐만 아니라, 한 침대에서 이불만 따로 쓰는 ‘스칸디나비아식 수면법’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형식적인 동침이 아니라 실질적인 수면의 질이다.

현대 사회에서 양질의 수면은 정신 건강과 면역력을 지키는 필수 요소다. 배우자의 코골이 소리에 밤새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따로 자더라도 개운하게 일어나 웃으며 마주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수면 이혼은 부부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더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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