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껐나? 가스를 잠갔나? 강박은 뇌가 보내는 ‘고장 난 알림’


누구나 집을 나서고 나서 ‘문 잠갔나?’ ‘불 껐나?’ 하고 한 번쯤 돌아간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확인을 몇 번씩 반복하게 된다면, 뇌 안 어딘가에서 작은 오류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강박은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뇌가 잘못된 알림을 계속 보내는 현상에 가깝다.

강박적인 행동의 배경에는 선조체라는 뇌 구조가 있다. 선조체는 습관과 반복 행동을 담당하는데, 이 부위가 과하게 작동하면 ‘이미 끝난 일’을 자꾸 반복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가스를 껐는데도 계속 확인하게 되는 건, 이 회로가 멈췄다는 신호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뇌에서 ‘이제 안심해도 된다’는 사인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미국 UCLA의 연구에서는 강박 증상을 가진 사람의 뇌를 MRI로 관찰한 결과, ‘위험 감지’와 관련된 편도체와 전두엽 사이의 연결이 과도하게 활발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쉽게 말해 뇌가 계속해서 ‘무언가 잘못될 수 있다’는 경고를 멈추지 못하는 상태인 셈이다. 이 때문에 이성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감정적으로는 계속 불안한 느낌이 따라온다.

강박은 생각만큼 드문 일이 아니다. 전체 인구의 약 2~3%가 강박장애(OCD)를 겪고 있으며,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강박적 성향을 경험한다. 어떤 사람은 청결에, 어떤 사람은 숫자나 대칭에 집착한다. 예를 들어 꼭 TV 볼륨을 짝수로 맞춰야 마음이 편한 사람도 있고, 택배 상자를 정확히 정사각형 모양으로 쌓아야 속이 후련한 사람도 있다. 이런 행동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으면 병으로 보지 않지만, 강박적 성향 자체는 생각보다 흔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강박적인 사람일수록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수를 용납하지 못하고, 모든 일이 정해진 방식대로 흘러가야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나 변화에 유난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뇌는 ‘통제 가능성’을 확보하려고 더 많은 확인, 반복, 정리를 요구하게 된다.

다행히 강박은 조절이 가능하다. 뇌는 끊임없이 학습하고 회로를 다시 조정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지행동치료나 노출반응예방치료(ERP) 같은 접근법은, 뇌가 과도한 경고를 보내지 않도록 훈련하는 데 효과가 있다. 결국 강박은 ‘틀린 알람’을 뇌가 자꾸 울리는 것일 뿐이며, 반복 연습을 통해 이 알람을 끄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일상의 작은 강박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행동이 나를 통제하는지, 내가 그 행동을 관리하고 있는지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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