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농, 글루텐 프리, 무설탕 등 ‘클린 이팅(Clean Eating)’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물론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건강한 식습관이 강박으로 변질되는 순간, 그것은 ‘건강음식 집착증’ 또는 ‘오쏘렉시아 너보사(Orthorexia Nervosa)’라는 섭식 장애가 된다.
거식증이나 폭식증이 음식의 ‘양’에 집착한다면, 오쏘렉시아는 음식의 ‘질’에 병적으로 집착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들은 자신이 정한 엄격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음식은 독극물처럼 여기며 극도로 기피한다. 방부제가 들어간 음식, 가공식품, 유전자 변형 식품 등을 먹느니 차라리 굶는 것을 택하며, 혹여나 그런 음식을 먹게 되면 죄책감에 시달리고 디톡스를 해야 한다며 자신을 괴롭힌다.
오쏘렉시아 환자들은 건강을 위해 시작한 식단 관리가 오히려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조미료나 식자재를 신뢰할 수 없어 외식을 거부하고, 친구나 가족과의 모임 자리도 피하게 된다. 도시락을 싸 들고 다니며 유별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하고, 타인의 식습관을 지적하며 우월감을 느끼거나 비난하기도 한다.
하루 종일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성분표를 분석하는 데 과도한 에너지를 쏟느라 정작 중요한 일상생활이나 업무에는 집중하지 못한다. 영양학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한다.
특정 음식군을 무조건적으로 배제하다 보니 영양 불균형이 오거나 체중이 급격히 감소하여 면역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겪는다. 뼈만 앙상하게 남았으면서도 “나는 깨끗한 음식만 먹어서 건강하다”고 믿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이러한 강박은 최근 소셜미디어 속 ‘웰니스 인플루언서’들의 영향이 크다. 완벽하게 관리된 식단 사진을 보며 자신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가공식품을 먹는 것을 도덕적인 타락으로 간주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갖게 된다.
전문가들은 오쏘렉시아가 단순한 식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통제 욕구에서 비롯된 불안 장애의 일종이라고 분석한다. 불확실한 세상에서 음식만큼은 내 의지대로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건강한 식사는 삶을 활기차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지, 삶의 목적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가끔은 친구들과 웃으며 피자 한 조각을 먹는 것이 혼자 유기농 샐러드를 씹으며 불안해하는 것보다 정신 건강에 훨씬 이롭다.
음식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식사의 즐거움을 되찾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웰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