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겨울에만 생기는 걸까? 의외로 여름철에도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를 ‘여름형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부르며, 전체 계절성 우울증 환자의 약 10%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고온다습한 환경, 밤이 늦게까지 밝은 날씨, 리듬이 흐트러진 생활패턴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여름형 우울증은 일반적인 겨울형 우울증과는 양상이 다르다. 겨울형은 에너지 저하, 과수면, 식욕 증가가 특징인데 반해, 여름형은 오히려 불면증, 식욕 감소, 안절부절 못함, 짜증 증가 등이 나타난다. 외형적으로는 활기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속으로는 극심한 불안감과 무기력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생체리듬과 체온 조절 기능 이상이 관련 있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여름철 낮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돼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수면 부족은 다시 감정 조절 능력을 저하시키게 된다. 또한 땀을 많이 흘리거나 더위로 인한 신체적 불쾌감이 스트레스를 높여 우울감과 연결될 수 있다.
이 계절의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준다. 모두가 휴가를 가고 SNS에는 즐거운 여름 일상이 넘쳐날 때, 상대적으로 외롭고 고립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큰 심리적 압박을 받는다. 게다가 무더위 때문에 활동량이 줄어들면 뇌의 엔도르핀 분비가 감소하고, 이는 기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수면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과도한 냉방이나 야간 빛 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 시원한 아침이나 저녁 시간에 가벼운 산책을 하며 햇볕을 적절히 쬐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자신의 상태를 단순한 기분 변화로 넘기지 말고, 계속해서 불면, 무기력, 불안감이 지속된다면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여름이라고 해서 모두가 밝고 행복한 건 아니다. 햇살 속에서도 마음은 쉽게 지칠 수 있고, 그럴 땐 ‘이 시기에도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