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한참을 뒤척이다가 시계를 보면 벌써 새벽 3시.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고, 머릿속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불면증을 ‘잠이 안 오는 증상’으로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뇌가 깨어 있는 상태인 경우가 많다. 이를 ‘초각성 상태(hyperarousal)’라고 부르며, 단순한 수면 부족이 아니라 뇌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에서 잠에 들지 못하는 현상이다.
최근 수면의학 연구에 따르면 불면증 환자의 뇌는 일반인보다 수면 중에도 더 높은 각성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나 걱정, 습관적인 긴장 상태가 지속되면 뇌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경계 모드로 진입한다. 이로 인해 자율신경계가 흥분 상태를 유지하며, 몸은 피곤해도 잠에 들지 못하는 이상 현상이 생긴다. 특히 불안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이 초각성 상태가 더욱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은 “왜 나는 못 잘까?”, “내일 망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다. 하지만 이런 자기 질문은 뇌를 더욱 깨어 있게 만들고, 잠을 멀어지게 하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불면증의 시작은 우연히 잠을 못 잔 날에 생긴 불안이고, 그 불안을 피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잠 자체에 대한 과한 집착으로 이어져 문제를 더 키우게 된다. 이는 인지-감정-신체 반응이 연결된 불면의 고리다.
잠을 자려는 의지가 강할수록 오히려 잠은 멀어진다. 불면증은 뇌의 경계 상태에서 비롯되며, 이를 완화하는 핵심은 긴장을 푸는 연습이다.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 오히려 편안한 상태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따뜻한 조명, 반복적인 루틴, 감정 분산 활동은 뇌에 ‘이제 잠들어도 괜찮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불면은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민감한 뇌가 보내는 신호임을 이해하는 것이 회복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