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머릿속에 끔찍한 장면이 떠오른 적 있는가? 예를 들어, 달리는 차에 몸을 던지는 상상이나, 아무 이유 없이 가족을 해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면 놀랄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을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하고 ‘내가 이상한 사람 아닐까’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강박장애(OCD)의 초기 증상으로 자주 나타나는 침투적 사고(Intrusive Thought)일 수 있다.
침투적 사고는 말 그대로 통제할 수 없이 불쑥 들어오는 생각을 말한다. 대개는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거나, 불쾌하거나,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다. 정신의학적으로는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으며, 대부분은 무시하고 지나간다. 하지만 강박 성향이 있는 사람은 이러한 생각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생각 자체가 자신을 대변한다고 착각해 괴로워하게 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뇌의 불안 처리 영역인 편도체의 과활성화와 전두엽의 조절 기능 이상이 침투적 사고의 반복과 연결될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문제는 침투적 사고 자체보다, 이에 대한 ‘반응’이다. 예를 들어, ‘혹시 내가 진짜 그런 행동을 할까 봐’ 걱정하며 자꾸 확인하거나 회피 행동을 하게 되면 강박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ERP(노출 및 반응 방지 요법) 치료에서는 이런 생각을 없애려 하지 않고, 그 생각과 함께 있는 연습을 통해 반응을 조절하는 훈련을 한다.
침투적 사고는 이상하거나 위험한 사람이 되는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그 생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하느냐가 핵심이다. 나에게 해가 되는 생각은 흘러가도록 두고, 그로 인해 불필요한 죄책감이나 불안을 느끼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강박의 시작은 종종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지?’라는 질문에서 비롯된다. 그 질문이 나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이해와 회복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