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마음의 감기? 천만에, ‘장(腸)의 반란’이다


우울증을 흔히 ‘마음의 병’이라고 부르지만, 최신 의학계의 시선은 뇌가 아닌 ‘장(Intestine)’을 향하고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말처럼, 뇌와 장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신호를 주고받는데 이를 ‘장-뇌 축(Gut-Brain Axis)’ 이론이라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95%가 뇌가 아닌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즉, 장 건강이 무너지면 뇌로 가는 행복 신호가 차단되어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겪는 원인 모를 무기력증과 우울감의 상당 부분이 사실은 잘못된 식습관에서 비롯된 ‘장내 세균 불균형’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2025년 정신건강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로 ‘영양 정신의학(Nutritional Psychiatry)’이 떠오르는 이유다.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초가공식품, 즉 햄버거, 피자, 과자, 탄산음료 등은 장내 유해균의 먹이가 된다. 유해균이 증식하면 장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고, 이 염증 물질은 혈관을 타고 뇌로 이동해 신경 전달 물질의 생성을 방해한다. 하버드 의대 연구팀은 장내 염증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우울증 발병 위험이 60% 이상 높다고 발표했다.

뇌에 물리적인 염증이 생겨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이 고장 나는 것이다. 단순히 기분이 우울해서 단 음식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단 음식이 장내 환경을 파괴해 우울증을 유발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반면 김치, 요거트, 된장 같은 발효 식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는 유익균을 늘려 ‘심리적 면역력’을 강화한다.

이를 ‘사이코바이오틱스(Psychobiotics)’라고 부르며, 장내 세균을 조절하여 정신 질환을 치료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항우울제를 복용해도 차도가 없는 환자들에게 식단을 조절하게 했더니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임상 사례는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느냐보다 무엇을 먹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특히 항생제의 남용은 장내 세균 숲을 초토화시켜 정신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고 매사에 의욕이 없다면 정신과 상담과 더불어 자신의 식탁을 점검해봐야 한다. 매일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정신이 맑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장은 ‘제2의 뇌’다.

뱃속이 편안해야 마음도 편안해진다. 오늘 당신이 먹은 음식이 내일의 기분을 결정한다. 우울증 탈출의 열쇠는 약병이 아니라 냉장고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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