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늘 피로감을 호소한다.

직장에서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니고 가정에 불화가 있는 것도 아닌데,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마이크로 스트레스(Micro-stress)’에서 찾는다.

마이크로 스트레스란 일상에서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하게 발생하는 스트레스 요인들을 말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끊임없는 알림, 출퇴근 길의 교통 체증, 직장 동료와의 미묘한 신경전, 점심 메뉴를 고르는 사소한 결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자극들은 개별적으로는 사소해 보이지만, 뇌는 이를 위협 신호로 받아들여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지속적으로 분비하게 만든다. 코르티솔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아지면 우리 몸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해 신진대사를 늦춘다.

이는 결과적으로 이유 없는 체중 증가, 특히 복부 비만을 유발하며,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각종 염증 질환에 취약하게 만든다. 더욱 심각한 것은 뇌 기능의 저하다.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마이크로 스트레스가 축적될 경우 뇌의 전두엽 기능이 약화되어 판단력과 기억력이 감퇴하는 ‘브레인 포그(Brain Fog)’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마치 뇌가 안개 속에 갇힌 것처럼 멍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큰 스트레스 사건에는 적극적으로 대처하려고 노력하지만, 마이크로 스트레스는 그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보이지 않는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혈압이 상승하고 심박수가 불규칙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심리학회(APA)는 이러한 만성적인 미세 스트레스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1.5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피로가 회복되지 않는 악순환을 만든다.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주말에 몰아서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면 이미 마이크로 스트레스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뇌가 쉴 수 있는 ‘걱정 없는 시간(Worry-free Zone)’을 의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스마트폰을 끄고 외부 자극을 차단한 채 멍하니 있는 시간을 갖거나, 규칙적인 심호흡을 통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겠다며 자극적인 영상을 보거나 술을 마시는 것은 오히려 뇌를 더 피로하게 만드는 행위다. 자신의 일상을 촘촘히 들여다보고 나를 괴롭히는 사소한 자극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생활 속 가지치기’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거창한 힐링 여행보다 일상의 작은 쉼표가 뇌 건강을 지키는 핵심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