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학 및 심리학계에서 주목하는 스트레스 관리법은 거창한 명상이 아니라 단어 선택에 있다. 감정적 과립성이란 자신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얼마나 세밀하고 구체적인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능력이다.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라는 표현 대신 억울하다, 서운하다, 무력하다, 혹은 민망하다와 같이 감정의 결을 촘촘하게 나누어 이름을 붙이는 과정이 스트레스 조절의 핵심이다.
뇌 과학적으로 볼 때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명명하기 단계가 실행되면 우리 뇌의 편도체 활성도가 유의미하게 낮아진다. 편도체는 공포나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는 곳인데 감정을 구체적인 단어로 정의하는 순간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개입하기 시작한다.
전두엽이 활성화되면서 막연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객관적인 정보로 인식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감정적 과립성이 높은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술이나 폭식 같은 파괴적인 방식에 덜 의존한다.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있기에 그에 맞는 적절한 대처법을 찾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고픔으로 인한 짜증과 업무 과다로 인한 피로를 구분할 줄 알면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풍부한 감정 어휘력을 갖추는 것은 곧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것과 같다.
감정적 과립성을 높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매일 짧은 일기를 쓰며 기분이 나쁘다라는 말 대신 국어사전이나 감정 단어장을 참고해 가장 적절한 단어 하나를 골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지만 감정의 스펙트럼을 넓힐수록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을 통제하는 힘이 생긴다. 결국 내 감정을 정확히 읽어주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의 시작이자 가장 강력한 도구다.
요약하자면 감정을 세분화하여 표현하는 능력은 뇌의 이성을 깨워 스트레스를 낮춘다. 풍부한 어휘로 내 마음을 정의할 때 감정 조절력이 높아지고 심리적 회복탄력성이 강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