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에 대한 의학적 정의가 단순히 몇 시간을 자느냐에서 낮 동안 얼마나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기존에는 7시간에서 8시간이라는 절대적인 수면 시간을 기준으로 불면증 여부를 판단했지만 최근 연구들은 낮 시간의 컨디션이 수면의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라고 강조한다.
밤에 짧게 자더라도 낮에 집중력이 유지되고 피로감이 적다면 이는 의학적으로 건강한 수면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의학계에서 주목하는 낮 기능 평가는 집중력과 기분 그리고 신체적 활력을 포함한다. 스마트폰 기반의 실시간 평가인 EMA 시스템을 통해 환자들의 일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수면 시간 자체보다 낮 동안 느끼는 피로도와 업무 효율성이 삶의 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수면량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잠을 강제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심리적 각성을 일으켜 불면증을 악화시키는 독이 될 수 있다.
이제 불면증 진단의 핵심은 수면의 양적 수치가 아니라 낮 동안의 인지 기능 저하 여부다. 충분히 잤음에도 불구하고 낮에 졸음이 쏟아지거나 감정 조절이 어렵다면 수면의 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본다. 반대로 잠든 시간이 짧더라도 낮 활동에 지장이 없다면 굳이 수면제에 의존하거나 잠에 대해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다.
뇌는 스스로 필요한 만큼의 수면을 취하려는 자정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불면증에서 벗어나는 효과적인 방법은 밤의 기록이 아닌 낮의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다. 매일 아침 몇 시에 깼는지에 집착하기보다 오늘 나의 집중력이 어떠했는지 기분은 어땠는지를 기록하는 것이 수면 건강을 파악하는 데 훨씬 유익하다. 잠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보지 않고 낮을 활기차게 보내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인식할 때 뇌의 각성이 줄어들고 비로소 깊은 잠에 들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결국 건강한 잠의 기준은 침대 위가 아니라 당신이 활동하는 낮 시간에 결정된다. 수면의 양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낮 기능을 회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때 불면증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