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쉽게 들었지만, 한밤중에 눈이 번쩍 떠졌고 다시 잠들지 못한 경험이 있다면, 이는 ‘중간각성형 불면증’일 수 있다. 특히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에 깨어, 한참을 뒤척이다가 겨우 다시 잠드는 패턴을 반복한다면 주목해야 한다. 이런 형태의 불면증은 흔하지만 간과되기 쉽고,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만성화될 수 있다.
우리의 수면은 90분 주기로 얕은 잠과 깊은 잠, 렘수면을 반복하며 이루어진다. 새벽 시간대는 원래 잠이 얕아지는 구간으로, 주변 소음이나 스트레스, 체온 변화 같은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쉬운 시기다. 특히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은 새벽 무렵부터 분비되기 시작해 몸을 자연스럽게 깨우는 준비를 한다. 하지만 불안이나 만성 스트레스가 있을 경우, 이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어 뇌를 조기 각성시키는 원인이 된다.
한밤중에 깨는 것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왜 또 깼지?’, ‘내일 피곤할 텐데’ 같은 불안한 생각이다. 이 불안은 다시 뇌를 각성시키고, 결과적으로 더 깊은 불면으로 이어진다. 특히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꼭 7시간 자야 해’, ‘내일 중요한 일정이 있는데’라는 압박이 뇌를 각성 상태로 밀어붙이게 된다. 이처럼 ‘생각의 반응’이 잠을 막는 핵심 요인이 된다.
중간에 한두 번 깨는 건 수면의 자연스러운 흐름 안에 포함될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을 불안의 시간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깨도 괜찮다’는 인식 전환과 함께, 긴장을 줄이는 호흡, 명상, 조도 조절 같은 대응이 효과적이다. 완벽하게 자려는 강박은 불면을 키운다. 오히려 유연하게 깨어 있는 시간을 받아들이고, 다시 잠들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연습이 불면 회복의 열쇠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