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말투, 메신저의 이모티콘 하나에도 마음이 불편해지고,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경험이 있다면 스스로 예민하다고 느낄 수 있다. 실제로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은 금방 넘기는 반면, 어떤 사람은 오래도록 영향을 받는다. 이는 단순히 성격 문제나 감정 조절력의 부족이 아니다. 최근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는 이를 ‘스트레스 민감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스트레스 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신체적, 정서적으로 스트레스 자극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스트레스 민감성은 유전적 요인과 어린 시절의 경험, 뇌의 신경 회로 작동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불안 성향이 강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인식하는 시점부터 위협을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이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는 편도체다. 편도체는 위험을 감지하고 반응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부위가 민감하게 작동하면 작은 자극에도 경보 시스템이 과도하게 작동하게 된다. 그 결과 스트레스에 과잉 반응하게 된다.
스트레스 민감성이 높은 사람은 단순히 감정만 예민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뇌가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같은 일을 겪어도 더 오래 기억하고, 여러 가능성을 계산하며, 반복적으로 생각에 빠진다. 이로 인해 쉽게 피로를 느끼고 감정 소모도 크다. 하지만 이는 약점이라기보다 환경에 예민하고 섬세하게 반응하는 능력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민감함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은 자신을 자책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뇌가 나를 지키려는 방식이며, 반드시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다. 중요한 건 그 민감함이 나를 해치지 않도록 조절하는 연습이다. 규칙적인 수면, 자극을 줄이는 루틴, 감정 표현 훈련은 민감한 뇌에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민감함은 조절할 수 있는 특성이며, 나를 더 잘 이해하고 지키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