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못 자는 날이 계속되면 많은 사람들이 수면제에 의지하게 된다. 약을 먹으면 일시적으로는 잠이 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성이 생기고 자연스러운 수면 리듬이 망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수면제를 끊으면 다시 불면이 시작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는 뇌의 수면 시스템을 회복시키는 인지행동치료 기반 수면치료, 즉 CBT-I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CBT-I는 단순한 심리 상담이 아니다. 수면을 방해하는 잘못된 습관과 인식을 찾아내고, 이를 수정하는 과학적인 접근이다. 예를 들어, ‘꼭 8시간 자야 한다’, ‘잠 못 자면 내일 큰일 난다’는 식의 생각은 오히려 불안을 높여 불면을 악화시킨다. CBT-I에서는 이런 사고를 바꾸고, 동시에 일정한 기상 시간 유지, 침대를 수면 이외 활동에서 분리하는 행동 전략 등을 함께 진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뇌는 다시 잠드는 법을 재학습하게 된다.
CBT-I는 대개 6~8주 동안 주 1회 정도의 세션으로 진행되며,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루틴 중심의 치료법이다. 수면 일기를 통해 자신의 수면 패턴을 기록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기상 시간을 조율하면서 뇌의 생체 리듬을 되살린다. 여기에 명상, 호흡 훈련, 수면 환경 개선이 함께 적용된다. 미국수면학회는 불면증 치료의 1차 선택으로 CBT-I를 권장하며, 수면제보다 효과가 길고 재발률이 낮다고 보고하고 있다.
불면증은 단순히 졸린데 잠이 안 오는 문제가 아니라, 뇌가 잠드는 방법을 잊은 상태다. 이때 약은 임시방편일 뿐, 뇌가 다시 회복하려면 생활 속 루틴의 회복이 필요하다. CBT-I는 그 과정을 체계적으로 돕는 방법이며, 스스로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도 적다. 잠을 잘 자는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건 더 강한 약이 아니라, 수면을 위한 새로운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