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장애(OCD)는 아동과 청소년기에도 흔히 발병하지만 원인 규명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최근 국제 공동 연구진이 소아 OCD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새로운 단서가 제시됐다. 연구에 따르면 부모로부터 유전되지 않고 발달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드노보(de novo) 유전자 변이가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가족력 중심 연구와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수백 명의 소아 OCD 환자와 부모의 DNA를 비교 분석했는데, 분석 결과 환자 집단에서 드노보 변이가 평균보다 14배 이상 높은 빈도로 나타났으며, 특히 뇌 발달과 신경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이는 강박장애가 단순히 심리적 요인이나 후천적 환경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기반이 더 깊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소아 OCD의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견은 임상적 의미도 크다. 가족력이 없는 아동이라도 OCD 증상을 보인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발병 위험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또한 특정 유전자와 증상 간의 연관성이 명확해지면 이를 토대로 표적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드노보 변이가 반드시 OCD로 이어진다는 인과 관계를 확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소아 OCD에서 드노보 변이가 높은 빈도로 확인된 것은 질환 원인 규명에 새로운 길을 열어준 중요한 성과다. 이는 OCD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향후 연구가 이어지고 임상 적용이 가능해진다면 소아 OCD의 조기 진단과 맞춤 치료가 실현될 수 있다. 어린 환자들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