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지끈거려 인터넷 검색창에 ‘두통 원인’을 입력한다. 검색 결과에는 스트레스성 두통부터 뇌종양, 뇌졸중까지 다양한 질병이 나열된다. 스크롤을 내릴수록 왠지 내 증상이 심각한 병인 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결국 밤새 공포에 떨며 병원 예약을 잡는다.

이러한 행동 패턴을 현대 의학에서는 ‘사이버콘드리아(Cyberchondria)’라고 부른다. 사이버(Cyber)와 건강염려증(Hypochondria)의 합성어로, 인터넷상의 방대한 의료 정보를 접하며 자신의 건강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하고 집착하는 현상을 말한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의 신종 강박 장애로 떠오르고 있다.

사이버콘드리아의 핵심은 ‘확증 편향’과 ‘재앙화’다. 객관적인 정보보다는 자신의 불안을 확인시켜 주는 자극적인 정보에만 집중하게 된다. 가벼운 소화불량 증상을 검색하다가 위암 초기 증상과 억지로 연결 짓고, 결국 자신이 암에 걸렸다고 확신하게 되는 식이다. 이는 뇌의 불안 회로를 강화시킨다.

검색을 통해 일시적으로 안심을 얻으려 하지만, 상충되는 수많은 정보들은 오히려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불안을 가중시킨다. 검색하면 할수록 더 무서운 병명을 발견하게 되고, 이는 다시 검색을 하게 만드는 강박적인 악순환을 만든다. 미국 베일러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건강 정보를 과도하게 검색하는 사람일수록 병원 이용 빈도가 높고 의료비 지출이 많았으며,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 수치도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강박적 검색은 실제 신체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불안감은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어 심박수를 높이고 근육을 긴장시키며, 이는 다시 통증이나 불편감을 유발한다. 즉, 걱정이 병을 만드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상의 의료 정보가 전문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경우가 많고, 개인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므로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특히 ‘카더라’ 통신이나 비전문가가 작성한 블로그 글은 공포 마케팅의 일환인 경우가 많다. 사이버콘드리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증상이 있을 때 인터넷 검색을 멈추고, 곧바로 의사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또한 ‘구글 닥터’에게 묻는 습관을 버리고, 하루에 건강 정보를 검색하는 시간을 제한하는 ‘디지털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불확실한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은 당신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정신을 갉아먹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뇌가 만들어낸 가상의 공포에서 벗어나 현실의 내 몸에 집중하는 것이 진짜 건강 관리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