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전 문을 잠갔는지, 가스를 끄고 나왔는지 몇 번이고 확인해본 경험이 있는가? 누구나 한두 번쯤은 하는 행동이지만, 그것이 반복적으로 일어나 일상에 영향을 줄 정도라면 확인 강박(Check OCD)일 수 있다. 특히 확인을 해도 불안이 사라지지 않고, 결국 다시 돌아가서 또 확인하는 행동은 강박 행동의 대표적인 양상이다.
강박적 확인 행동은 단순히 실수를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핵심은 ‘실수할까 봐’가 아니라, 실수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끔찍한 결과’에 대한 과도한 불안이다. 예를 들어, 가스를 끄지 않아 폭발이 날까 봐 불안하거나, 문을 안 잠가 도둑이 들까 봐 끊임없이 상상하게 된다. 실제로는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강박을 가진 사람에게는 이성이 감정을 설득하지 못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기기와 관련된 체크 강박이 늘고 있다. 메시지를 보냈는지, 답장을 실수하지 않았는지, SNS 게시물을 잘못 올리지는 않았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직장인이나 학생처럼 실수가 용납되기 어려운 환경일수록 이 강박은 더 심화될 수 있다. 반복되는 확인은 오히려 업무 능률을 떨어뜨리고, 더 큰 불안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된다.
확인 강박은 ‘확실함’을 얻기 위한 노력처럼 보이지만, 결국 아무리 확인해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뇌가 불안을 처리하는 방식이 잘못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근본적으로는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며, 노출 및 반응 방지 요법(ERP)을 통해 확인 행동을 줄여나가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완벽한 안심은 존재하지 않지만, 불안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충분히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