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시장이 거래량 절벽 속에서도 가격만큼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갈수록 예측하기 힘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미부동산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주택 매매 건수는 전달보다 3.6% 줄어들며 시장이 차갑게 식어가는 듯한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정작 집값을 확인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존 주택의 중간 매매가는 약 40만 8,800달러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오히려 올랐는데 이는 3월 통계 역사상 가장 높은 가격이다. 무려 33개월 동안 쉬지 않고 가격이 상승했다는 수치는 집을 사려는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거래는 끊기다시피 했는데 가격은 오르는 이 기묘한 상황은 미국 주택 시장이 현재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핵심적인 이유는 사고 싶어도 살 집이 없는 극심한 매물 부족 현상에 있다. 보통 시장이 안정되려면 5개월에서 6개월 정도 팔 수 있는 집들이 쌓여 있어야 하지만 현재는 4개월 분량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통계적으로는 작년보다 매물이 조금 늘어난 것처럼 보여도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18% 집이 부족하다. 과거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던 집주인들이 지금의 높은 금리를 감당하며 이사를 가려 하지 않는 이른바 금리 잠금 효과가 매물 동결의 주범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최소 30만 채에서 50만 채의 주택이 추가로 공급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내 집 마련을 처음 시도하는 초보 구매자들에게 2026년은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 주택 구매자 중 첫 주택 구매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1%까지 추락하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과거에는 보통 40% 정도가 첫 집을 사는 사람들이었지만 이제는 그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대출 금리가 6%를 넘나드는 고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결국 현금을 쌓아둔 부자들이나 이미 집을 팔아 자금을 확보한 사람들만의 잔치가 되고 있다. 정부가 대출 한도를 높이고 계약금 문턱을 낮추는 등 여러 방안을 내놓고는 있으나 치솟는 집값과 이자 부담을 고려하면 실제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난이도는 여전히 철옹성이나 다름없다.
결국 2026년 미국 부동산은 지역에 따라 운명이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텍사스나 플로리다 같은 남부 지역은 새 집이 계속 지어지면서 가격이 조금씩 조정될 여지가 보이지만 규제가 심한 북동부나 중서부는 여전히 공급이 막혀 가격이 꺾일 줄 모른다. 유명 금융기관들조차 향후 집값 전망을 놓고 0% 유지와 4% 상승이라는 엇갈린 의견을 내놓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국 평균 수치라는 허상에 속아 섣불리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자신이 살고자 하는 동네의 매물 상태를 꼼꼼히 살피는 것이 그나마 위험을 피하는 길이다. 현재 미국 부동산은 침체인지 재편인지조차 불분명한 혼돈의 구간을 지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