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시장은 전통적으로 뚜렷한 계절성을 보여왔다. 보통 봄(3월~5월)에 매물이 가장 많이 쏟아지고, 여름에 경쟁이 최고조에 달하며, 가을과 겨울에 접어들면서 거래가 둔화되고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는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높은 모기지 금리와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이러한 전통적인 구매 적기 패턴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신력 있는 부동산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주택 구입 경쟁이 가장 치열하고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시점은 더 이상 봄철이 아닐 수 있으며, 오히려 가을과 겨울에 구매자들에게 유리한 기회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 시장의 계절성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이자율 민감도 때문이다. 과거에는 계절에 맞춰 판매자가 매물을 내놓았지만, 이제는 모기지 금리가 구매력과 심리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되었다. 금리가 소폭 하락하는 시점에는 계절에 관계없이 구매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려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금리가 상승하는 시점에는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가 얼어붙는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봄철 바잉 시즌’이 예전만큼 강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금리 변화에 따른 시장의 변동성이 계절적 요인을 압도하고 있다.

최근의 시장 데이터는 겨울이 구매자에게 뜻밖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매년 11월과 12월은 연말연시 휴가와 날씨의 영향으로 거래가 가장 적은 비수기이다. 하지만 이 시기까지 매물을 팔지 못한 판매자는 가격을 낮추거나 구매자에게 유리한 조건(판매자 부담 클로징 비용 등)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매물이 적은 만큼 경쟁이 덜 치열하기 때문에, 금리 변동이 크지 않다면 ‘숨겨진 보석’ 같은 매물을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

반면, 가장 피해야 할 시기는 늦은 봄부터 초여름이다. 봄에 매물이 늘어나더라도, 높은 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매수자들이 일제히 시장에 진입하면 경쟁이 과열되어 가격 협상력이 사라진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주택 구매를 위해서는 달력의 계절보다 자신의 재정 준비 상태와 시장 금리의 변동성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금리가 낮아지는 신호가 보일 때를 예측하여 사전에 융자 승인(Pre-approval)을 받아두는 것이 유리한 매물을 선점하는 핵심 전략이 된다.

이러한 사전 승인 전략은 현금 구매자들이 우위를 점하는 시장에서 일반 융자 구매자들의 협상력을 높이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주택 구매 후 예상치 못한 수리 비용을 피하기 위해, 비수기에 매물을 보러 다니더라도 반드시 철저한 주택 검사(Home Inspection)를 진행하여 노후 주택의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