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에서 재고량이 서서히 늘어나면서 균형 혹은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가을 들어 주요 부동산 데이터업체들이 일제히 주택재고 상승세를 보고하면서,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공급 부족 현상이 완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고 증가가 본격적인 시장 냉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 조건이 매수자에게 조금 더 유리하게 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레드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10월 기준 미국 내 주택재고량은 전년 동기 대비 4%가량 증가했다. 이는 2023년 이후 처음으로 확인된 뚜렷한 상승세다. 특히 서부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리스팅이 늘어나며 시장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지난 2년간 매도자들이 높은 금리 부담으로 시장에 나오지 않았던 반면, 올해 하반기 들어 일부 주택 소유자들이 매각을 재개하면서 공급이 점차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수준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누적된 건설 지연과 인력난, 자재비 상승 등이 여전히 완전한 회복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택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매수자 입장에서 협상 여지가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의 체류 기간이 늘어나고, 매도자들이 가격을 조정하거나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사례가 관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세부 흐름을 보면 지역별 온도차가 뚜렷하다. 텍사스,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 남부 주에서는 재고가 비교적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도시는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반면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고가 시장은 여전히 재고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지역 간 격차는 향후 미국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점진적으로 안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균형이 다시 맞춰지고 있다”며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줄 수 있지만, 이는 과열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주택 재고의 완만한 회복은 향후 가격 급등을 억제하고,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향후 주택시장의 방향은 금리 흐름과 소비심리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만약 모기지 금리가 추가로 하락한다면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크고, 재고가 늘어난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 지금의 재고 증가는 단기적 조정이 아닌 구조적 균형 회복의 신호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부동산 시장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