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번호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정보를 담고 있다
미국에서 주소를 적을 때 마지막에 붙는 다섯 자리 숫자, 바로 Zip Code다. 흔히 우편 배달을 위한 코드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이 숫자에는 지역의 특성과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정보가 담겨 있다. 부동산이나 보험업계에서는 Zip Code를 통해 구매력, 범죄율, 학군 수준까지 예측하는 경우도 있다.

Zip Code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Zip Code는 1963년 미국 우정국(USPS)이 우편 효율화를 위해 도입한 체계로, Zero In on a Place의 약자다. 앞 두 자리는 주(state)나 대도시를 나타내며, 뒤쪽 숫자는 점점 더 좁은 지역을 구체화한다. 예를 들어 90으로 시작하는 코드는 캘리포니아 서부 지역, 10으로 시작하면 동부 뉴욕 인근을 뜻한다.

동일한 도시 내에서도 Zip Code에 따라 차이 난다
시애틀만 해도 98101, 98103, 98115처럼 여러 개의 Zip Code로 나뉘며, 각 지역은 인구 구성, 학군, 주택 가격이 다르게 형성되어 있다. 일부 지역은 Zip Code 하나로 고급 주택가로 인식되기도 하고, 다른 지역은 렌트 위주의 커뮤니티로 분류된다. 부동산 리스팅 필터에서도 Zip Code 단위로 검색 조건을 설정할 수 있는 이유다.

보험료나 대출 조건도 Zip Code가 좌우한다
미국의 자동차 보험, 주택 보험은 Zip Code를 기반으로 위험 요소를 산정한다. 범죄율, 자연재해 발생 빈도, 응급차 도착 시간 등의 통계가 해당 우편번호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똑같은 차를 몰더라도 Zip Code에 따라 보험료가 수십 퍼센트 차이 나기도 한다.

소득 수준과 소비 패턴도 반영된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Zip Code별로 평균 소득, 소비 스타일, 교육 수준 등을 분석해 광고 타깃을 설정한다. USPS 외에도 Census, IRS, Zillow 등 여러 기관이 Zip Code 단위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한다. 결국 Zip Code는 단순한 주소 이상의 데이터 단위로 기능하는 셈이다.

미국의 Zip Code는 위치 정보 이상으로 지역의 분위기, 경제력, 위험도 등을 포괄하는 실용적인 데이터 코드다. 주택 검색, 보험 설계, 생활비 계산에 이르기까지 Zip Code의 의미를 이해하면 보다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다섯 자리 숫자 속에 지역의 풍경이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