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해고(Layoff) 바람이 거세지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 ‘직주근접’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그동안 비싼 렌트비를 감당하며 회사 근처에 거주하던 테크 종사자들이 해고 위험에 대비해 주거비 절감에 나서거나, 이미 직장을 잃은 이들이 도심을 떠나 외곽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기업들이 밀어붙이던 사무실 출근(RTO) 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주거 가성비’에 대한 집착이다. 해고 통보를 받은 직장인들에게 월 3,000~4,000달러를 웃도는 실리콘밸리나 시애틀 도심의 렌트비는 당장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다. 실직 후 실업급여만으로 높은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해고 전이라도 선제적으로 렌트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고소득 전문직이라는 신분 보장이 흔들리자, 화려한 도심 라이프보다 ‘경제적 안전장치’를 우선순위에 두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불안감은 사무실 출근(RTO)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진다. 기업들은 협업을 이유로 주 3~5일 출근을 강요하고 있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직장을 위해 비싼 도심 근처에 머무는 것이 도박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회사 근처 아파트의 계약 갱신을 포기하고, 설령 재취업을 하더라도 원격 근무가 가능한 곳을 찾거나 아예 주거비가 저렴한 타주(Texas, Florida 등)로 거점을 옮기는 ‘탈도심’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대도시 상업용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거용 임대 시장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테크 기업들이 밀집한 지역의 원룸이나 소형 아파트 공실률이 높아지기 시작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렌트비 상승세의 둔화나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직장이 삶의 중심이었던 시대에서, 이제는 주거의 안정성이 직장의 가치를 앞서는 시대적 전환점에 들어선 셈이다.
요약하자면 빅테크의 레이오프 확산으로 고비용 도심 거주의 매력이 급감하고 있다. 실직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직주근접보다 주거비 절감을 선택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미국 주요 테크 허브 도시들의 부동산 시장은 새로운 조정기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