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집 판매량 30년 만에 최저인데, 현금 구매 비중이 30% 폭증한 ‘두 얼굴의 미국 시장’


미국 주택 시장은 장기간의 높은 금리 환경 속에서 심각한 거래 침체를 겪고 있으며, 기존 주택 판매량은 최근 몇 년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높은 모기지 금리가 주택 구매자들의 대출 비용을 크게 늘려 구매력을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 침체와 affordability 문제 속에서 한 가지 비정상적인 현상이 관찰된다. 바로 현금 매입(All-Cash Offer)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공신력 있는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전체 주택 거래 중 현금으로 전액을 지불하는 매입 건수가 전국 평균 32.8%를 기록하였다. 이 수치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평균 28.6%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며, 금리 최고점이었던 2023년의 비중과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현금 매입은 주택 가격의 가장 저렴한 구간과 가장 비싼 구간, 즉 시장의 양극단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10만 달러 미만의 주택은 3분의 2 이상이 현금으로 거래되었으며, 100만 달러 이상의 고가 주택 역시 40% 이상이 현금 거래로 이루어졌다. 500만 달러가 넘는 초고가 주택은 60% 이상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등, 가격이 높을수록 현금의 영향력은 절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금 매입 증가는 금리에 민감한 일반 주택 구매자들과는 달리, 이자율의 영향을 받지 않는 두 그룹의 시장 참여가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첫 번째 그룹은 기관 투자자 또는 개인 고액 자산가이다. 이들은 높은 금리 환경을 오히려 기회로 보고,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거래를 성사시켜 자산을 축적하고 있다.

특히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은 저가 주택 시장에서 활발하며, 고가 시장에서는 국제적인 바이어들과 럭셔리 시장의 수요가 현금을 주도하고 있다. 둘째, 기존 주택을 매도하고 이사하는 에쿼티 부유층이다. 장기간 주택을 소유하며 높은 순자산(Equity)을 쌓은 베이비부머 세대와 같은 현금 자산가들은 기존 주택의 판매 대금을 활용하여 새로운 주택을 현금으로 구입함으로써, 현재의 높은 모기지 금리 부담을 완전히 회피하고 있다.

현금 매입의 증가는 주택 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현금 매입자는 융자 심사 과정이나 주택 감정(Appraisal) 과정이 필요 없어 클로징 기간이 짧고 거래의 확실성이 높다. 이 때문에 주택 판매자들은 현금 매입 제안을 가장 선호하게 되며, 이는 일반 융자 구매자들이 경쟁에서 밀려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특히 첫 주택 구입자는 현금 자산이 부족하여 높은 계약금을 내지 못하면 현금 매입자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로 인해 첫 주택 구입자의 비중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주택 구입자의 평균 연령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현금 구매의 편중 현상이 뚜렷하다. 마이애미(43%), 샌안토니오(39.6%), 휴스턴(38.8%) 등 플로리다와 텍사스의 일부 시장은 국제 투자자와 럭셔리 수요, 그리고 투자자 활동의 증가로 현금 거래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반면, 시애틀(17.9%), 샌호세(20.6%) 등 젊은 전문직 종사자가 많은 고비용 대도시에서는 현금 거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현금 매입자의 증가는 낮은 거래량 속에서도 주택 가격이 급락하지 않고 중간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는 데 일조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모기지 금리가 최근 소폭 하락세를 보이며 일부 금융 구매자들이 시장에 유입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현금 구매 비중이 높은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일반 구매자들에게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Disclaimer
This content is for general informational purposes only and does not constitute legal, financial, or professional advice—see full disclaimer.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이며, 법적, 재정적 또는 전문적인 조언으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 전체 면책사항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