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집값이 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026년 5월 미국 기존주택 중위가격은 42만9300달러로 1년 전보다 1.3% 올랐는데, 이 상승은 35개월 연속 이어진 기록이어서 명목 가격만 놓고 보면 거의 3년 가까이 단 한 번도 전년 대비 뒷걸음치지 않은 셈이다.
같은 달 기존주택 거래량도 연환산 417만 건으로 전월과 전년 대비 모두 3.2% 늘며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았는데, 거래가 다시 살아난 것은 매수자들이 중간 6%대 금리를 받아들이고 시장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숫자만 보면 시장이 달아오른 듯하지만, 정작 집을 가진 사람의 실제 자산 가치는 오히려 줄고 있다. 전국 주택가격을 추적하는 대표 지수가 4월에 1년 전보다 0.8% 오르는 데 그친 사이 소비자물가는 3.8%나 뛰었으니, 집값이 오른 폭이 물가가 오른 폭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물가를 반영한 실질 가격은 11개월 연속 내렸다. 명목 가격과 실질 가격의 차이를 알면 이 모순이 한결 또렷해진다. 명목 가격이 시장에 적힌 거래 금액 그 자체라면, 실질 가격은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양, 곧 구매력을 반영한 값이다.
집값이 1년에 0.8% 오르는 동안 생활비가 3.8% 올랐다면 집을 팔아 손에 쥔 돈의 실제 위력은 줄어드니, 명목상으로는 집값이 올랐어도 구매력 기준으로는 집의 가치가 깎인 셈이다. 물가가 빠르게 오르는 시기에는 명목 상승만 보고 자산이 불었다고 착각하기 쉽다. 지역별 격차도 눈에 띈다. 시카고가 4월에 6.5% 올라 미국 20개 대도시 가운데 가장 큰 상승률을 보인 반면, 시애틀은 같은 달 2.3% 떨어져 가장 약한 시장에 머물렀다. 한 나라 안에서 거의 9%포인트에 이르는 차이가 벌어진 셈이어서, 전국 평균 한 줄로는 내가 사는 지역의 흐름을 가늠하기 어렵다.
이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역시 금리다.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올해 초 한때 6% 아래로 내려갔다가 봄을 지나며 다시 올랐고, 6월 25일 기준 평균 금리는 6.49%로 지난 6주간 큰 변동 없이 안정세를 보였다. 1년 전 6.77%보다는 낮은 수준이고 15년 고정 금리는 5.84%였다. 금리가 1년 전보다 내려간 데다 소득 증가율이 집값 상승률을 웃돌면서, 주택 구입 여력을 보여주는 지수는 5월에 105.6으로 1년 전 97.5보다 개선됐는데, 이 지수가 오를수록 평균 소득 가구가 집을 사기 수월해진다는 뜻이다. 공급도 조금씩 풀리는 모습이다. 5월 전체 매물은 155만 채로 전월보다 3.3% 늘었지만 현재 거래 속도로는 4.5개월치에 불과한데, 높은 금리에도 집값이 버티는 배경에는 이렇게 여전히 부족한 매물이 자리한다.
결국 매물이 더 늘어야 가격 상승 압력도 차츰 누그러진다. 한편 전체 거래에서 차압이나 깡통주택 매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 그쳐, 집주인 다수가 재정적으로 탄탄한 위치에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의 미국 주택시장은 가격이 천천히 오르되 물가에는 못 미치는 구간에 들어섰다. 집값이 사상 최고라는 말과 실질 자산이 줄었다는 말이 동시에 성립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만큼 매수자라면 명목 가격 하나만 볼 것이 아니라 금리와 물가, 자신이 사는 지역의 흐름까지 함께 따져야 하며, 같은 시기에 산 집이라도 지역과 시점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린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집을 오래 보유할 사람에게는 단기 실질 가격의 등락보다 장기 흐름이 더 중요하고, 곧 팔 사람에게는 지금의 명목 고점이 유리한 시점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전문가 확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