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임대료 상승세가 더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데이터 기업 질로(Zillow)가 발표한 ‘임대료 지수 및 CPI 쉘터(주거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미국 전체 임대료 상승률은 단독주택 기준 연 2.8%, 아파트 기준 1.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2024년 대비 각각 약 1%포인트 낮은 수치다. 보고서는 “임대료 상승이 2021~2023년 급등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며 안정 구간에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대료 둔화의 주요 원인은 공급 확대다. 팬데믹 기간 중 지연됐던 신규 아파트와 다가구 주택이 2024년 하반기부터 대거 완공되면서 시장 재고가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질로는 이로 인해 2025년 상반기까지 임차인 경쟁이 완화되고, 일부 지역에서는 공실률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역별 차이는 뚜렷해, 남부와 서부 도시권에서는 여전히 임차 수요가 높고 임대료가 완만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망은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쉘터(Shelter)’ 항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쉘터 지수는 전체 물가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주거비 변동을 반영하는 핵심 지표다. 질로와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 등 주요 기관은 CPI의 쉘터 지수가 2025년 초부터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1년간 임대료 인상률이 안정되면서 CPI 상승 압력도 약화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임대료 안정이 인플레이션 둔화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렌트비는 생활물가에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항목으로, 쉘터 지수가 완화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체가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보험료, 재산세, 유지비용 등 기타 주거 관련 비용이 상승하고 있어 지역별 체감은 다를 수 있다.
부동산 업계는 임대료 둔화를 시장 정상화의 신호로 해석한다. 팬데믹 기간 동안 급격히 상승했던 렌트 시장이 공급 확충과 수요 조정으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금리 수준과 인건비 부담이 여전히 높아, 신규 개발이 다시 줄어들 경우 공급이 빠르게 축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보고서는 질로, BLS, 무디스 애널리틱스 등 공식 통계와 시장 데이터를 종합해 작성된 자료로, 전반적인 임대 시장의 완화 흐름을 보여준다. 다만 모든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으며, 각 도시의 인구 이동과 주택 재고 상황에 따라 임대료 흐름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25년은 임대료 안정이 이어지되, 구조적 상승세가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