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이 2025년 하반기 들어 뚜렷한 정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분석업체 질로(Zillow)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전국 평균 주택 가치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가격은 팬데믹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이어왔지만, 고금리와 경기 둔화가 맞물리며 상승세가 멈췄다. 전국 기존주택 거래량은 연율 기준 약 400만 건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거래 회복 속도는 기대보다 더디다.
대출 금리가 6%대에 머무는 가운데, 전체 주택 거래의 약 3분의 1이 현금으로 이뤄지고 있다. 고금리 부담으로 인해 대출 구매자는 감소했고, 현금 보유력이 있는 투자자와 고소득층이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이는 실수요자에게 불리한 구조로 작용하고 있다. 현금 구매자는 신속한 클로징과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일반 구매자들이 매물 확보 경쟁에서 밀려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방 도시에서는 매도자 중심 구조가 완화되며 매수자 우위로 전환되고 있다. 텍사스 산안토니오의 경우 주택 중간가격이 여름 이후 30만 달러 초반까지 하락했고, 거래 완료까지 평균 70일 이상이 걸린다. 재고가 늘어나면서 매도자들은 가격을 낮추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해 수요를 유도하고 있다. 반면, 대도시 지역은 여전히 공급 부족이 지속돼 지역 간 온도 차가 크다.
주택시장의 방향은 여전히 금리와 경기 흐름에 달려 있다. 최근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가 6.27%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역사적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정부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플러드 보험 처리 지연 등으로 거래 절차가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주택 가치가 큰 변동 없이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재고가 늘고 가격 조정이 이어지면 매수자에게는 협상 기회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매도자보다 매수자에게 유리한 전환기다. 실수요자는 지역별 가격 변동과 매물 재고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하며, 현금 여력이 있다면 협상 폭을 넓힐 수 있다. 매도자는 장기 보유보다는 가격 현실화와 신속한 거래를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다. 주택시장은 단기 반등보다 안정 국면에 진입하고 있으며, 향후 1~2년이 전략 수정의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