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의 회계, ‘진료’만큼이나 정밀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May 16, 2025

의사, 간호사, 치료사로 살아가는 일은 단순히 전문 지식을 갖춘 직업 그 이상입니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일은 매순간 판단과 책임이 요구되는 고도의 집중력과 헌신을 필요로 합니다. 하지만 정작 많은 의료인들이 자신의 재무 건강에는 무관심하거나, ‘나중에 정리하면 되겠지’ 하며 미뤄두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저는 수년간 의료계 종사자들을 세무와 회계 측면에서 도와오며, 의료인의 삶이 단지 ‘진료’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수없이 확인해왔습니다. 그들의 인생은 진료실 밖에서도 끊임없이 선택과 판단의 연속이며, 그 중 많은 것들이 재정적인 결정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진료는 과학, 재정은 전략

의료인의 수입 구조는 일반 직장인과 다릅니다. 고정된 급여를 받는 병원 근무 의사라 하더라도, 학회 활동, 외부 강의료, 컨설팅 수입, 임상시험 보조비 등 다원적 수입이 존재하고, 개인 클리닉을 운영하시는 분이라면 의료 수입 외에도 부동산, 설비 리스, 파트너십 계약 등 다양한 비용과 의무가 얽혀 있습니다.

문제는 이 수입들이 ‘전문직’이라는 이유로 단순히 고소득자로 분류되어 버리고, 이에 따라 무작정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인의 수입은 단순히 숫자가 아닌 ‘구조’로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본인의 클리닉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개인소득으로 바로 귀속시키는 구조인지, 아니면 S-Corp 혹은 PLLC를 통한 급여 및 배당 구조인지에 따라 많은 세금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준이 없습니다. 같은 연봉, 같은 병원에 근무해도 한 분은 매년 세금에 시달리고, 다른 분은 계획적인 지출과 구조를 통해 절세와 자산 관리를 병행합니다. 차이는 ‘정보’가 아니라 ‘적용’에서 생깁니다.

의료계 종사자가 가장 흔히 저지르는 재정적 실수:

1. 소득 대비 지출 통제가 되지 않음
   많은 고소득 의료인들이 바쁜 일정 탓에 가계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합니다. 그 결과, 연말에 남는 돈이 얼마인지도 모른 채 세금만 내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2. 자산 보호 전략의 부재
   의료 과실에 대한 소송 리스크를 늘 안고 살아가는 의료인은 자산 방어(Asset Protection) 계획이 필수입니다. 그러나 별도의 신탁(Trust), 가족 법인(Family LLC), 재산 분산 설계 없이 모든 자산을 개인 명의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은퇴 설계의 지연
   “아직 멀었어요. 나중에 한꺼번에 넣으려고요.”
   가장 위험한 태도입니다. 의료인에게는 일반적인 401(k) 외에도 Defined Benefit Plan, Cash Balance Plan 등 고소득자를 위한 맞춤형 은퇴 플랜이 존재합니다. 다만, 이 역시 조기 설계가 관건입니다.

회계사는 ‘숫자 정리’가 아니라, ‘삶의 구조 설계자’입니다

제가 만난 많은 의료인들은 회계사를 ‘세금 신고 도와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짜 회계사의 역할은 ‘숫자를 정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회계사는 고객의 생애 구조를 설계하는 동반자입니다.”

의사 한 분이 개원을 준비할 때, 어떤 법인 형태로 설립해야 유리한지, 어떤 리스 계약이 실질적으로 현금흐름에 부담이 되는지, 어떤 파트너십 계약이 추후 소송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설계하는 것, 이것이 저의 본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