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우울증(Depression)을 겪을 수 있는 복잡한 감정의 동물이다. 고양이는 통증이나 불편함을 숨기는 데 능숙하기 때문에, 우울증 증상을 단순한 ‘성격 변화’나 ‘게으름’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무기력, 식욕 부진, 흥미 상실 등의 증상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이는 명백히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심리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고양이는 ‘슬프다’는 감정보다는 불안감, 영역권 내 문제 발생, 환경 변화로 인한 안전 위협 등으로 인해 우울증과 유사한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고양이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은 환경과 일상의 급격한 변화이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로서, 이사, 새로운 가구나 반려동물의 등장, 혹은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의 부재와 같은 큰 변화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변화는 고양이에게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불안감을 주어 심리적 문제를 유발한다. 또한, 충분한 신체적 활동이나 사냥 놀이 같은 정신적 자극이 부족하여 지루함과 무료함에 빠지는 것도 우울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 햇빛이 잘 들지 않는 환경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부족으로 우울증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고양이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식욕 및 활동성의 변화이다. 평소 즐겨 먹던 음식을 거부하거나, 반대로 과도한 식욕을 보이며, 놀이나 보호자와의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을 잃고 하루 종일 잠만 자려는 행동을 보인다. 둘째, 자기 학대적인 행동이다. 자신의 털을 과도하게 핥아 특정 부위의 털이 빠지거나 피부 염증을 유발하는 자기 학대적인 그루밍을 하기도 한다. 셋째, 배변 실수이다. 화장실이 아닌 엉뚱한 곳에 소변이나 대변 실수를 하는 것은 신체적 질병의 징후일 수도 있지만, 심각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의 표현일 수도 있다. 넷째, 공격성 및 경계심 증가이다. 평소 온순했던 고양이가 갑자기 공격성을 보이거나, 가족이나 낯선 사람에게 과도한 경계심을 나타내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고양이에게 우울증 증상이 의심되면, 가장 먼저 신체적인 건강 검진을 통해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만성 구내염, 치주염 같은 치과 질환이나 신장 질환 등으로 인한 만성 통증 역시 고양이의 식욕 부진과 무기력함을 유발하여 우울증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몸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내려진 후에야 심리적인 문제로 진단하고 관리에 들어간다. 고양이 우울증을 관리하는 핵심은 안정적인 환경 조성이다. 고양이가 높은 곳이나 숨을 수 있는 공간(숨숨집, 박스 등)에서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스크래처를 여러 군데 마련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매일 규칙적인 사냥 놀이를 통해 충분한 에너지를 발산시키고, 놀이의 마지막을 간식으로 보상하여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