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산책길, 반려견이 갑자기 “켁켁”거리거나 “컹컹”하는 거친 숨소리를 내는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많은 보호자들이 이를 급하게 간식을 먹다 사레가 들렸거나 일시적인 감기 기운 정도로 여기고 가볍게 넘긴다. 하지만 그 소리는 당신의 사랑하는 강아지가 숨을 쉬지 못해 살려달라고 보내는 처절한 구조 신호일 수 있다. 바로 ‘기관지 협착증(Tracheal Collapse)’이다. 보호자가 편의를 위해 채운 목줄(Collar)이 반려견의 연약한 목을 조르면서 공기 통로인 기도가 납작하게 눌려 발생하는 이 질병은, 소형견을 키우는 가정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시한폭탄과도 같다. 아직도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통제가 쉽다는 핑계로 목줄을 고집하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 반려견의 숨통을 서서히, 그리고 확실하게 조이고 있는 셈이다.
기관지는 코와 입으로 들이마신 공기를 폐로 전달하는 튜브 형태의 통로다. 정상적인 기관지는 단단한 ‘C’자형 연골 고리들이 파이프처럼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공기가 원활하게 드나든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연골이 종잇장처럼 약한 포메라니안, 요크셔테리어, 말티즈, 푸들, 치와와 같은 소형견들은 외부의 물리적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 산책 중 강아지가 앞서 나가려고 줄을 당기거나, 보호자가 방향을 바꾸기 위해 무심코 줄을 확 잡아챌 때 목줄이 가하는 압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충격이 반복되면 동그란 빨대 모양이어야 할 기관지 연골이 힘을 잃고 납작하게 찌그러진다. 좁아진 통로로 공기가 억지로 통과하려다 보니 기관지 막이 떨리면서 마치 거위가 우는 듯한 ‘거위 울음소리(Goose honk)’가 나는 것이다. 이것이 기관지 협착증의 가장 대표적이고 위험한 전조증상이다.
이 질병은 진행성이라 한 번 발병하면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는다. 초기에는 흥분했을 때만 가볍게 기침을 하지만, 단계가 진행될수록 가만히 있어도 호흡이 거칠어지고 잇몸과 혀가 보라색으로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산소 공급이 차단되어 실신하거나 호흡 부전으로 사망에 이르는 응급 상황까지 벌어진다. 약물로 기침을 억제하고 기관지 확장제를 써서 증상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무너진 연골을 다시 세우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망가진 기관지 안에 그물망 같은 스텐트를 넣는 수술이 존재하지만, 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할 뿐만 아니라 스텐트가 부러지거나 이동하는 등 부작용의 위험이 커서 수의사들도 최후의 수단으로만 권한다. 결국 예방만이 유일한 살길이며, 그 첫걸음은 목줄을 버리는 것이다.
수의학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소형견에게 목줄 사용을 금지하고 가슴줄, 즉 ‘하네스(Harness)’ 착용을 강력히 권고해 왔다. 하네스는 목에 집중되는 충격을 튼튼한 가슴과 어깨 근육으로 분산시켜 기도를 보호해 주기 때문이다. 일부 훈련사나 보호자들은 “개는 목을 제압해야 말을 잘 듣는다”라는 구시대적인 논리를 내세우며 초크 체인이나 목줄 사용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이는 근육질의 대형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일 뿐, 3kg 남짓한 작은 강아지의 목에 밧줄을 매고 당기는 행위는 훈련이 아니라 명백한 학대이자 고문이다. 특히 성장기의 어린 강아지에게 목줄을 사용하는 것은 평생 안고 가야 할 장애를 선물하는 것과 다름없다.
최근 2025년 펫 용품 시장의 트렌드도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여 완전히 바뀌었다. 단순히 목을 감싸는 형태를 넘어, 기도를 전혀 압박하지 않도록 설계된 ‘Y자형 하네스’나 ‘H자형 하네스’가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충격을 흡수하는 리드 줄이나 기도 보호용 쿠션이 장착된 제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 목줄은 오직 인식표를 달기 위한 액세서리일 뿐, 산책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부 보호자들은 “우리 개는 산책할 때 얌전해서 괜찮다”라고 항변하지만, 돌발 상황은 언제 어디서든 발생한다. 갑자기 오토바이가 지나가거나 다른 개를 보고 흥분해서 튀어 나가는 순간, 목줄이 가하는 단 한 번의 강한 충격으로도 약한 기관지는 맥없이 무너질 수 있다.
이미 켁켁거리는 증상이 나타났다면 늦었다고 자책할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목줄을 가위로 자르고 하네스로 교체해야 한다. 그리고 흥분도를 낮추는 산책 교육을 병행하고, 집안의 습도를 조절하여 호흡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여름철의 고온 다습한 날씨나 비만은 기관지 협착을 악화시키는 치명적인 요인이므로 체중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당신이 무심코 채운 목줄 하나가 반려견에게는 평생 숨 막히는 고통을 안겨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진정으로 반려견을 사랑한다면, 그들의 목에서 줄을 풀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편안한 호흡은 모든 생명체가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며, 그 권리를 뺏는 가해자가 바로 보호자 자신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