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Health

사랑해서 준 삼겹살 한 점, 내 강아지 췌장 녹이는 ‘시한폭탄’이었다


저녁 식사 시간 식탁 아래서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 반려견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딱 한 입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심코 던져준 치킨 껍질이나 삼겹살 한 조각이 사랑하는 강아지를 응급실로 보내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수의사들이 꼽는 가장 위험한 응급 질환 중 하나인 ‘급성 췌장염’은 바로 보호자의 잘못된 음식 급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90% 이상이다.

췌장염은 말 그대로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장기인 췌장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췌장은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를 십이지장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강아지가 감당할 수 없는 고지방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췌장은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효소가 십이지장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췌장 내부에서 활성화되어 버리는 끔찍한 오작동이 발생한다. 즉, 소화 효소가 음식물이 아닌 췌장 자체를 소화시키고 녹여버리는 ‘자가 소화(Self-digestion)’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내 장기가 나를 녹이는 이 고통은 산통에 비유될 정도로 끔찍하며, 심할 경우 쇼크사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람은 지방을 분해하는 능력이 비교적 뛰어나지만, 개는 사람과 다르다. 사람이 즐겨 먹는 삼겹살, 족발, 보쌈, 치킨, 피자 등은 강아지에게 치사량에 가까운 지방 폭탄이나 다름없다. 특히 요크셔테리어, 미니어처 슈나우저, 코카스파니엘 등의 견종은 유전적으로 고지혈증과 췌장염에 취약하므로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명절이나 연말연시처럼 기름진 음식이 많은 시기에 동물병원 응급실이 췌장염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보호자들은 흔히 “지금까지 잘 먹었는데 문제없었다”라고 항변하지만, 췌장의 데미지는 눈에 보이지 않게 차곡차곡 쌓이다가 임계점을 넘는 순간 폭발한다.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노화가 진행된 상태에서 들어온 기름진 간식 한 조각이 방아쇠가 되어 급성 췌장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췌장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구토와 복통이다. 강아지가 노란색 담즙을 토하거나 물만 마셔도 구토를 한다면 췌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행동은 바로 ‘기도하는 자세(Prayer Position)’다. 앞다리는 쭉 뻗어 엎드리고 뒷다리는 일으켜 세운 채 엉덩이를 들고 있는 자세인데, 이는 복부의 극심한 통증을 줄이기 위해 본능적으로 취하는 행동이다. 배가 너무 아파서 등을 구부리고 웅크리는 것이다. 이 외에도 혈변을 보거나, 탈수 증상으로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열이 나는 증상을 동반한다.

췌장염이 무서운 이유는 명확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췌장이 스스로 회복할 때까지 금식하고 수액을 맞으며 통증을 조절하는 대증 요법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입원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췌장 괴사나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다.

한번 췌장염을 앓은 강아지는 췌장 세포가 파괴되어 만성 췌장염으로 진행되거나 당뇨병 같은 합병증을 얻게 된다. 평생 저지방 처방 사료만 먹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펫 푸드 시장에서도 이를 반영하여 ‘로우 팻(Low Fat)’ 간식이나 소화 흡수율을 높인 가수분해 단백질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사람 음식을 절대 주지 않는 것이다. 보호자가 먹다 남은 우유, 치즈, 빵조차도 강아지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주는 간식이 사실은 내 강아지의 수명을 갉아먹는 독약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반려견의 애처로운 눈빛에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그 한 입이 불러올 끔찍한 고통을 떠올려야 한다. 진정한 사랑은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는 것이 아니라, 절제를 통해 그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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