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몸 안에 수분이 부족해도 좀처럼 목마른 티를 내지 않는 동물이다. 과거 사막에서 야생 사냥감의 혈액과 고기로부터 대부분의 수분을 얻도록 진화한 탓에 갈증을 느끼는 중추 감각 자체가 무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평소에도 물그릇을 그냥 지나치는 일이 잦은데 기온이 급격히 오르는 여름철에는 이러한 습성이 심각한 탈수 위험으로 직결된다. 특히 일곱 살을 넘긴 노령묘는 체온을 조절하고 수분을 보존하는 신체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이뇨 작용을 일으키는 질환을 앓거나 약을 먹는 경우가 많아 젊은 고양이보다 무더위에 훨씬 취약하다.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고양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한여름 실내 기온은 환기와 냉방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순식간에 치솟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가 매우 미약하므로 보호자가 먼저 움직여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여름철 수분 관리가 나이 든 고양이에게 유독 치명적인 이유는 신장 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성 신장병은 10살 이상 고양이의 약 40퍼센트, 15살 이상에서는 무려 80퍼센트까지 발생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건강한 신장은 소변을 농축해 수분을 몸 안에 붙잡아두지만 병든 신장은 이 기능을 상실하여 엄청난 양의 수분을 소변으로 배출해 버린다.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하는 습성에 물을 붙잡지 못하는 신장 질환이 더해지면서 여름철 탈수 속도가 폭발적으로 빨라지는 구조다. 잇몸이 바짝 마르거나 눈이 쑥 들어가 보이고 피부를 잡아당겼을 때 제자리로 돌아오는 속도가 느려진다면 이미 심각한 탈수가 진행 중이라는 증거다. 기력이 없고 식욕이 떨어지는 모습도 수분 부족의 주요 신호로 꼽힌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는 치명적인 열사병도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고양이가 다리를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리거나 입을 벌린 채 거칠게 숨을 헐떡이는 개구 호흡을 한다면 급성 열사병을 의심해야 한다. 침을 과도하게 흘리거나 구토와 설사를 동반하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열사병은 몇 분 만에 장기 손상을 일으키고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이므로 발견 즉시 서늘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미지근한 물을 적신 수건으로 온몸을 감싸 체온을 낮추면서 곧바로 동물병원으로 이송해야 소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회복력이 취약한 노령묘는 체온 상승에 따른 쇼크가 급격하게 진행되므로 한낮에 냉방이 안 되는 차 안에 고양이를 홀로 방치하는 행위는 절대 삼가야 한다.
고양이의 여름철 건강 관리는 결국 보호자가 음수 환경과 실내 온도를 얼마나 세밀하게 통제하느냐에 정답이 있다. 매일 신선하고 차가운 물을 공급하고 사료에 물을 조금씩 섞어 급여하는 작은 실천이 고양이의 신장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정기적인 건강 검진으로 체내 수분 균형과 신장 수치를 추적 관찰하는 태도 역시 노령묘의 안전한 여름나기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고양이는 아픔을 숨기는 데 탁월한 동물인 만큼 미연에 취약점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과 실천이 소중한 반려묘의 생명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