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이나 틱톡 같은 소셜미디어에는 뒤뚱거리며 걷거나 배를 드러내고 누워 있는 살찐 고양이 영상이 넘쳐난다. 사람들은 이를 ‘뚱냥이’, ‘확대범(고양이를 크게 만든 주인)’이라 부르며 귀여워하고, 좋아요를 누르며 환호한다. 뱃살이 출렁거리는 모습이 넉넉함과 사랑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의학적인 관점에서 냉정하게 말하자면, 비만 고양이는 귀여운 생명체가 아니라 ‘걸어 다니는 종합병동’이자 주인의 무지가 만들어낸 ‘학대의 결과물’이다.
수의사들은 비만을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상태가 아니라, 염증 물질을 끊임없이 뿜어내는 ‘만성 염증 질환’으로 규정한다. 통계적으로 비만 고양이는 정상 체중의 고양이보다 수명이 평균 2.5년에서 3년 가까이 짧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고양이의 3년은 사람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약 15년에 해당하는 긴 세월이다. 즉, 당신이 간식을 줄 때마다 고양이의 수명 시계는 10년, 20년씩 빠르게 감기고 있는 셈이다.
살찐 고양이가 겪는 고통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관절이다. 고양이는 본래 높은 곳을 오르내리며 수직 활동을 해야 하는 동물이다. 하지만 불어난 체중은 가느다란 다리 관절에 엄청난 하중을 가한다. 사람으로 치면 24시간 내내 20kg짜리 쌀포대를 메고 사는 것과 같다. 이로 인해 퇴행성 관절염이 조기에 발병하게 되는데, 문제는 고양이가 통증을 숨기는 데 도가 튼 동물이라는 점이다. 관절이 쑤시고 아파도 내색하지 않고 그저 활동량을 줄이고 구석에 웅크리고 있을 뿐이다. 집사는 이를 보고 “우리 고양이는 얌전해서 좋아”라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너무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점프를 하다가 실패하거나, 화장실 턱을 넘기 힘들어 배변 실수를 하는 것은 관절이 보내는 비명이다.
더욱 끔찍한 것은 당뇨병의 위험이다. 비만 고양이는 정상 고양이보다 당뇨병 발병률이 4배 이상 높다. 췌장이 과도한 혈당을 조절하려다 지쳐버리면 결국 인슐린 주사를 평생 맞아야 하는 신세가 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주사를 찌르고 혈당을 체크하는 삶은 고양이에게도, 집사에게도 지옥과 같다. 또한 살이 찌면 고양이의 본능인 ‘그루밍(털 고르기)’조차 불가능해진다. 뱃살 때문에 몸을 구부릴 수 없어 항문이나 등 쪽 털을 관리하지 못하게 되면, 털이 엉키고 피부병이 생기며 배설물이 묻은 채로 살아가게 된다. 깔끔한 성격의 고양이에게 자신의 몸을 닦지 못하는 것은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이는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고양이 비만의 원인은 100% 주인에게 있다. “우리 애는 물만 먹어도 살쪄요”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자율 급식이라는 명목하에 사료를 산처럼 쌓아두고, 귀엽다고 수시로 간식을 주며, 사냥 놀이는 하루에 5분도 해주지 않는 주인의 게으름이 고양이를 병들게 한 것이다. 사랑은 맛있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삶을 선물하는 것이다.
2025년 펫 헬스케어 트렌드는 ‘정밀 영양 관리’다. 사료를 종이컵으로 대충 퍼주는 것이 아니라, 전자저울로 1g 단위까지 측정해서 급여해야 한다. 다이어트는 굶기는 것이 아니라 습식 사료 위주의 식단으로 포만감은 유지하되 칼로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고양이의 애처로운 눈빛에 굴복해 간식을 던져주는 순간, 당신은 사랑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독을 주는 것이다. 뚱뚱한 고양이를 보며 귀엽다고 웃지 마라. 그 뱃살 속에 숨겨진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를 들어야 한다. 지금 당장 간식 봉지를 닫고 낚싯대를 흔들어라. 그것이 당신의 고양이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