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변화를 싫어한다는 말은 단순한 인상이 아니다. 최근 영국 서식스대학교 연구에서 고양이가 예측 가능한 패턴을 선호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놀잇감이 일정한 리듬과 위치로 움직일 때 고양이의 관심이 더 오래 유지되며, 반대로 불규칙한 움직임에는 흥미를 빠르게 잃는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고양이의 스트레스 요인과 놀이 설계의 핵심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는 서식스대학교 심리학과 동물행동연구소에서 진행됐다. 연구진은 35마리의 실내 고양이를 대상으로, 움직임이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는 장난감과 랜덤하게 움직이는 장난감을 각각 제시했다. 그 결과 고양이들은 예측 가능한 움직임에 더 오래 시선을 고정했고, 더 많은 시간을 놀이에 투자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2025년 ‘Animal Cognition’ 저널에 발표하며, “고양이는 질서 정연한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동물”이라고 밝혔다.
고양이는 야생에서 사냥감의 움직임을 학습해 행동을 예측하는 동물이다. 따라서 반복적이고 일관된 자극은 안정감을 주는 반면, 무작위 자극은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행동학자 미리엄 스테인 박사는 “고양이에게 놀이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환경 통제감을 회복하는 과정”이라며 “예측 가능한 패턴은 그들에게 안전 신호처럼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결과는 반려묘 환경 설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보호자는 장난감을 무작정 흔들기보다 일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여 주거나, 규칙적인 놀이 시간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이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공격성 행동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급격한 가구 이동이나 갑작스러운 소음, 일상 패턴의 변화를 최소화하면 고양이의 불안 수준이 크게 낮아진다.
국제 고양이보호협회(International Cat Care)는 “고양이는 예측 가능한 일상에서 심리적 안정을 얻는다”며 “놀이뿐 아니라 식사, 화장실, 휴식 공간의 일관성이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고양이의 행복은 자극의 양이 아니라 리듬에 있다.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하루가 그들에게는 가장 큰 안정이다. 고양이의 세상에서는 ‘새로움’보다 ‘익숙함’이 편안함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