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갑자기 캣타워 꼭대기에 오르는 것을 주저하거나, 소파에서 뛰어내릴 때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단순한 노화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는 10살이 넘은 고양이 중 70% 이상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의 명백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통증을 숨기는 데 천부적인 능력을 가졌으며, 강아지나 사람처럼 다리를 절뚝이는 등의 명확한 증상을 거의 보이지 않아 집사가 알아채기 어렵다. 따라서 고양이의 미묘한 행동 변화를 포착하는 것이 장수의 지름길이다.
고양이의 관절 통증은 주로 퇴행성 관절염에서 시작하며, 이는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점차 닳아 없어지면서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신체 활동성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은 관절염의 가장 중요한 징후이다. 평소 같으면 가볍게 뛰어오르던 냉장고 위나 창틀을 주저하거나 아예 오르지 않으려고 한다면 이미 통증이 상당한 수준일 수 있다.
그루밍 횟수가 감소하고 털이 뭉치는 현상도 관절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양이가 허리나 뒷다리 관절 통증 때문에 몸을 구부려 그루밍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화장실에 드나들거나 자세를 잡는 것을 불편해하면서 화장실 밖에서 실수를 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도 관절 통증의 간접적인 증상이다.
관절염은 한 번 시작되면 완치되지 않지만, 통증 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현저히 개선할 수 있다.
수의사와 상의하여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아 통증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이다. 이와 함께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고양이가 자주 이용하는 장소의 높이 차이를 줄여 관절에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낮은 계단이나 스텝을 설치하여 높은 곳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잠자리와 밥그릇, 물그릇을 고양이가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낮은 위치에 배치해야 한다.
화장실 역시 턱이 낮은 것으로 교체하여 관절을 덜 구부리고도 쉽게 드나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오메가-3 지방산과 글루코사민, 콘드로이틴 성분이 포함된 영양제를 꾸준히 급여하는 것도 관절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집사의 섬세한 관심과 노력이야말로 숨겨진 고양이의 고통을 덜어주는 최고의 약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