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집에 돌아온 집사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상은 바로 ‘감자 캐기’다. 고양이 화장실 속 배설물을 치우며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하는 것은 반려 생활의 기본 중 기본이다. 이때 모래를 휘젓거나 삽으로 퍼올릴 때마다 뿌옇게 피어오르는 먼지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집사들은 이 먼지를 단순히 청소하기 귀찮은 존재 정도로만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미세한 먼지가 고양이와 사람 모두의 폐를 서서히 파괴하는 치명적인 독소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응고형 고양이 모래의 주원료인 ‘벤토나이트(Bentonite)’에는 결정질 실리카(Crystalline Silica)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석면과 동급의 위험성을 가진다. 이 물질이 호흡기를 통해 폐 깊숙이 침투하면 폐포에 달라붙어 염증을 일으키고, 장기적으로는 폐 조직을 딱딱하게 굳게 만드는 규폐증이나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고양이에게는 이 위협이 훨씬 더 직접적이고 치명적이다. 사람보다 호흡기가 작고 약한 고양이는 하루에도 수차례 화장실을 드나들며 모래를 파헤치는 습성이 있다. 배변 전후로 모래를 덮기 위해 발로 격렬하게 모래를 찰 때마다 발생하는 고농도의 먼지 구름을 고스란히 들이마시는 셈이다. 화장실이라는 밀폐된 좁은 공간, 바닥에 가까운 낮은 위치에서 생활하는 고양이의 특성상 사람보다 훨씬 많은 양의 발암 먼지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최근 동물병원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침, 쌕쌕거리는 숨소리, 만성 기관지염, 천식 등으로 내원하는 고양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수의학계에서는 이러한 호흡기 질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저가형 벤토나이트 모래의 분진을 지목하고 있다. 눈곱이 자주 끼거나 재채기를 자주 하는 증상을 단순 감기로 오인하고 방치하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폐 손상을 입게 된다.
문제는 집사들의 ‘편리함’이 고양이의 건강을 담보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벤토나이트 모래는 뛰어난 응고력과 냄새 제거 능력 덕분에 집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모래 종류다. 소변을 보자마자 단단하게 굳어 청소가 쉽고, 고양이들이 본능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흙과 유사한 질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응고력이 강할수록 입자가 곱고 먼지가 많이 날릴 가능성이 높다.
제조사들은 ‘먼지 없는 모래’, ‘99.9% 먼지 제거’라는 문구로 광고하지만, 실제로 사용해 보면 바닥에 하얗게 내려앉는 미세먼지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는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집사의 호흡기까지 위협한다. 좁은 원룸이나 환기가 잘되지 않는 아파트 실내에서 벤토나이트 모래를 사용하는 것은 매일 담배 연기가 자욱한 방에서 생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실제로 비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폐 질환 진단을 받은 집사들의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고양이 모래 먼지와의 상관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위험성 때문에 최근 2025년 펫 트렌드는 ‘더스트 프리(Dust-free)’와 ‘친환경’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벤토나이트의 대안으로 카사바 모래나 두부 모래, 우드 펠릿 같은 천연 소재가 각광받고 있다. 특히 카사바 모래는 먼지 발생이 거의 없고 응고력도 벤토나이트 못지않아 ‘꿈의 모래’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벤토나이트 특유의 사막화 현상(모래가 집안 곳곳에 흩뿌려지는 것)과 비교해 가격이 비싸거나 고양이의 기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고양이는 환경 변화에 예민한 동물이라 갑자기 모래를 바꾸면 배변 실수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흡기 건강은 한번 잃으면 되돌릴 수 없다.
전문가들은 기존 모래에 새로운 모래를 조금씩 섞어가며 적응 기간을 두는 방식으로 천천히 교체할 것을 권장한다. 또한 화장실을 베란다나 환풍기가 있는 곳에 배치하고, 공기청정기를 가동하여 실내 미세먼지 농도를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편리함에 속아 사랑하는 고양이와 나의 폐를 병들게 하지 마라. ‘감자’를 캐려다 건강까지 캐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