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Health

고양이 혼자 두면 정신병 걸린다? 집사들이 모르는 ‘분리 불안’의 진실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고독을 즐기는 동물’로 오해한다. 강아지와 달리 산책이 필요 없고, 혼자 둬도 알아서 잘 지낸다는 인식 때문에 바쁜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반려동물 1위로 꼽히기도 한다.

“고양이는 외로움을 타지 않아, 1박 2일 정도는 혼자 둬도 괜찮아”라는 말은 애묘인들 사이에서도 흔히 통용되는 상식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신 동물 행동학 연구와 수의학계의 발표는 이러한 믿음이 완전한 거짓임을 증명하고 있다.

고양이도 인간이나 개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유대감을 중요시하며, 장시간 방치될 경우 심각한 수준의 ‘분리 불안(Separation Anxiety)’을 겪는다. 2025년 미국 수의사협회는 고양이의 정신 건강을 주요 화두로 제시하며, 방치된 고양이들이 겪는 스트레스가 뇌 구조를 물리적으로 변화시키고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양이의 분리 불안은 개처럼 짖거나 현관문을 긁는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표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집사가 눈치채기 어렵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를 ‘침묵의 비명’이라고 부른다.

고양이의 불안 증세는 매우 미묘하고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배변 실수다. 평소 화장실을 잘 가리던 고양이가 갑자기 주인의 침대, 베개, 빨래 바구니에 소변을 본다면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주인의 체취가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물건에 자신의 냄새를 섞음으로써 불안감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는 필사적인 본능이다.

이를 두고 집사들은 “나한테 복수하는 거냐”며 혼을 내곤 하는데, 이는 불안에 떠는 고양이를 두 번 죽이는 행위나 다름없다.

또 다른 증상은 ‘오버 그루밍(Over-grooming)’이다. 고양이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털을 핥으며 진정하려는 습성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강박적으로 변하면 뱃살이나 다리 안쪽, 꼬리 등의 털이 완전히 빠져 살이 드러날 때까지 핥게 된다. 이를 ‘심인성 탈모’라고 부르며, 피부가 짓무르고 염증이 생겨도 멈추지 못한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실제 신체 장기를 망가뜨린다는 점이다. 고양이의 스트레스 호르몬은 방광 내벽을 보호하는 막을 손상시켜 ‘특발성 방광염(FIC)’을 유발한다.

세균 감염도 없는데 혈뇨를 보고 배뇨 통증을 호소하는 이 질병은, 약물 치료보다 스트레스 원인을 제거해야만 낫는 병이다. 결국 집사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양이의 방광은 소리 없이 병들어가는 셈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입양된 이른바 ‘팬데믹 캣’들이 최근 보호자의 전면 출근으로 인해 이러한 증상을 겪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다. 하루 종일 함께 있던 주인이 갑자기 사라지면 고양이는 버림받았다는 공포를 느낀다. 고양이에게 집사는 단순한 밥 주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의 전부이자 어미와 같은 존재다.

이러한 분리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뢰’와 ‘환경 풍부화’가 핵심이다. 외출할 때는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나가지 말고, “다녀올게”라고 차분히 인사하며 반드시 돌아온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또한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창밖을 볼 수 있는 캣타워를 배치하고, 먹이를 곳곳에 숨겨두어 사냥 본능을 자극하는 ‘노즈워크’ 활동을 유도해야 한다. 움직이는 장난감이나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근 유행하는 펫 CCTV를 통해 말을 거는 것은 오히려 고양이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목소리는 들리는데 실체가 보이지 않으면 고양이는 주인을 찾아 헤매며 더 큰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고양이가 하루 종일 잠만 잔다고 해서 편안한 상태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아무런 자극이 없는 텅 빈 집에서 견딜 수 없는 무료함과 고독을 이기지 못해 ‘포기 상태’로 잠드는 것일 수도 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왔을 때, 고양이가 현관까지 마중 나오는 것은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당신이 너무나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간절한 기다림을 외면하지 말고 하루 최소 15분 이상은 눈을 맞추고 사냥 놀이를 하며 애착을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 고양이에게도 외로움은 치사율 높은 질병이다. 혼자 둬도 괜찮은 생명은 세상에 없다.

Disclaimer
This information is not veterinary advice and is provided for general educational purposes only—see full disclaimer.

본 정보는 수의학적 조언이 아니며, 자격을 갖춘 전문가와의 상담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 전체 면책사항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