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수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매우 정밀한 감각기관이다. 학술적으로는 ‘진동수염(whiskers)’이라 불리며, 뿌리 부분에 많은 신경이 집중돼 있어 주변 환경의 움직임이나 바람의 흐름까지 감지할 수 있다. 수염을 통해 좁은 틈을 통과할 수 있을지 판단하고, 야간에도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고양이 수염을 자르면 단순히 외모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 감각과 균형 감각이 심각하게 흔들린다. 수염은 고양이의 몸 너비를 반영하며, 이를 통해 고양이는 좁은 틈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지 판단한다. 수염이 없으면 벽에 부딪히거나 점프 착지에 실패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밤에 움직일 때 훨씬 더 불안정한 행동을 보인다.
수염은 단순히 외부 정보를 수집하는 센서 역할뿐 아니라, 고양이의 정서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염이 잘리면 외부 자극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고, 고양이가 불안해하거나 낯선 공간에서 머무르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부 고양이는 식사 시에도 그릇 가장자리를 인식하지 못해 먹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수염이 엉켰거나 불균형해 보인다고 해서 자르거나 손질하려는 시도는 피해야 한다. 미용 목적으로 수염을 다듬는 것은 고양이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생존 본능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고양이 수염은 주기적으로 자연스럽게 빠졌다 다시 자라는 구조이므로 건드릴 필요가 없다.
고양이의 수염은 단순한 털이 아니라 고도로 발달한 감각기관이다. 이 수염은 고양이의 일상적 움직임, 감정 상태, 공간 인지 능력에 큰 영향을 준다. 보호자는 수염을 손대지 않고, 수염이 손상되지 않도록 생활 공간과 용품을 정돈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