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조용한 공간에서 골골거리며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보호자는 대체로 “기분이 좋은가 보다”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고양이의 골골송은 대부분 만족감이나 편안함을 표현할 때 나타난다. 하지만 이 소리는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고양이 스스로의 몸을 치유하려는 생존 전략이라는 분석이 있다. 골골송은 단순히 귀엽기만 한 소리가 아닌, 고양이 건강과 연결된 중요한 생리 반응이다.
고양이의 골골송은 25~150Hz의 낮은 주파수 대역으로 발생한다. 이 범위는 인간 의학에서도 통증 완화, 뼈 회복, 근육 재생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의 일부 수의학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는 뼈 골절이 적고 근골격계 질환 발병률이 낮은데, 그 이유 중 하나로 골골송의 주기적인 진동이 지목되었다. 특히 움직임이 적은 실내 고양이에게도 근육 위축이 잘 일어나지 않는 점이 이 이론을 뒷받침한다.
고양이는 통증이 있을 때나 불안할 때도 골골송을 낸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은 상태’로 착각할 수 있지만, 사실상 자기 진정(self-healing) 반응일 수 있다. 낯선 환경에 노출되었거나 병원 진료 중에도 고양이가 골골거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골골송의 빈도와 함께 식욕, 활동량, 배변 상태를 함께 살펴보면 스트레스 수준이나 통증 여부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고양이가 평소보다 지나치게 자주 골골거리고, 몸을 웅크린 채 움직임이 줄어들었다면 질병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특히 노령묘의 경우 골절이나 관절 통증을 감추기 위해 골골송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주기적으로 이런 행동을 보인다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건강 문제의 징후일 수 있으니, 수의사의 진료가 필요하다.
고양이의 골골송은 기분 좋은 소리이자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단순한 애정 표현으로 보기보다는, 고양이의 정서적·신체적 상태를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로 이해해야 한다. 골골송은 고양이만의 치유 본능이며, 보호자가 이를 제대로 이해할수록 반려묘의 건강을 더 오래 지켜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