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묘가 같은 집에서 지내던 다른 동물이 세상을 떠난 뒤 달라진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
최근 국제 연구팀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고양이는 동료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한 뒤 식욕 감소, 활동량 저하, 울음 패턴 변화 등 애도의 흔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양이가 단순히 독립적인 성격의 동물이라는 인식과 달리, 깊은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는 유럽과 북미의 반려묘 400여 마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에 참여한 보호자 중 절반 이상은 다른 반려동물이 사망한 이후 고양이가 눈에 띄게 변했다고 답했다. 대표적으로 식사를 거부하거나, 보호자 곁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한동안 장난이나 놀이에 흥미를 잃었다는 보고가 많았다. 일부 고양이는 울음소리를 자주 내며 보호자의 관심을 요구하거나, 수면 시간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스트레스 반응이 아니라 ‘애도(grief)’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특히 조사에서는 고양이뿐 아니라 같은 집에서 지내던 반려견의 죽음 이후에도 고양이가 유사한 행동을 보였다는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이는 고양이가 종을 초월한 유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고양이의 애도 행동은 개인차가 크다.
일부 고양이는 비교적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다른 일부는 몇 달 동안 지속적인 변화가 관찰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보호자들이 이러한 반응을 단순한 ‘이상 행동’으로 치부하지 말고, 애도의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반려묘가 애도 기간을 보내는 동안 보호자가 더 많은 관심과 정서적 지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장난감을 제공하거나 놀이 시간을 늘려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식욕 저하나 무기력 증상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수의학적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는 신체적 질환과 연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죽음은 보호자에게도 큰 상실이지만, 남겨진 동물에게도 심리적 충격을 준다. 고양이가 보여주는 애도의 흔적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상실의 고통을 느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반려묘의 감정을 존중하고 돌보는 태도는 애도의 시간을 건강하게 지나도록 돕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