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정수기 물은 외면하고, 굳이 싱크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핥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단순한 장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행동은 고양이의 본능과 환경적 선호가 반영된 흥미로운 행동이다.

우선, 고양이는 자연 상태에서 흐르는 물을 더 안전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고인 물은 세균이나 기생충이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흐르는 물은 상대적으로 깨끗하다고 인식된다. 고양이의 조상인 야생 고양이들이 물을 마실 때 선택 기준이었던 이 본능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또한, 고양이는 시력이 인간보다 훨씬 좋지만, 가까운 물체나 고여 있는 물은 시각적으로 인지하기 어렵다. 반면 흐르는 물은 빛의 반사나 소리, 움직임을 통해 쉽게 감지할 수 있어 더 끌리는 대상이 된다. 특히 고요한 물은 거의 투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재미도 없고 매력도 없다. 반면 싱크대에서 반짝이며 흐르는 물은 소리도 나고 빛도 반사돼 훨씬 자극적이다. 심심한 오후, 고양이에겐 최고의 엔터테인먼트다.

한편, 고양이의 수염은 매우 예민해서 그릇에 얼굴을 넣고 물을 마시는 것을 불편해할 수도 있다. 특히 그릇이 좁거나 깊은 경우, 수염이 닿는 느낌을 싫어해 다른 대안을 찾기도 한다. 싱크대나 욕조처럼 넓은 공간은 이러한 수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장소다.

이런 행동은 귀엽고 재미있지만, 고양이가 깨끗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흐르는 물을 좋아하는 고양이에게는 펫 전용 정수기나 자동 급수기를 제공하면, 건강한 수분 섭취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양이의 기묘한 습성 뒤에는 늘 생존을 향한 진화의 흔적이 숨어 있다. 그들의 행동을 이해하면 더 건강하고 행복한 공존이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