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자를 열자마자 어디선가 달려와 안으로 쏙 들어가는 고양이, 집사라면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것이다. 이 귀여운 행동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고양이의 본능과 깊은 관련이 있다. 그저 ‘좁은 곳이 좋아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더 복합적인 이유가 숨어 있다.
고양이는 야생 시절부터 몸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를 본능적으로 선호해왔다. 상자처럼 사방이 막힌 공간은 안전하게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된다. 이는 포식자를 피하고 사냥감을 지켜보기에 유리한 구조이기도 하다. 좁고 막힌 공간은 고양이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네덜란드의 한 동물행동 연구에서는 유기묘 보호소에 상자를 제공했을 때, 상자를 받은 고양이들이 그렇지 않은 고양이들보다 스트레스 지수가 더 빨리 낮아졌다는 결과가 있다. 상자는 단순한 놀이 도구가 아니라 고양이에게 심리적 회복 공간인 셈이다. 고양이가 새로운 환경에서 상자에 숨는다면, 그것은 불안 완화 행동일 수 있다.
고양이의 체온은 사람보다 높고, 따뜻한 곳을 선호한다. 골판지 상자처럼 단열 효과가 있는 공간은 외부 온도와의 차이를 줄여줘 체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추운 계절이나 냉방이 강한 여름철엔 더욱 인기가 높아진다.
상자를 제공할 땐 반드시 테이프, 스테이플러, 날카로운 모서리 등 위험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 또한 고양이가 장시간 상자에만 머물고 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건강 상태나 스트레스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자는 유익한 공간이지만, 지나친 고립은 문제 행동의 신호일 수 있다.
고양이가 상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본능적이고 생리적인 이유가 결합된 결과다. 단순한 장난으로 보기보다, 상자가 고양이에게 주는 심리적 안정과 생존 본능을 이해하면 고양이를 더 잘 돌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고양이에겐 그저 작은 상자 하나가 큰 위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