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후각 능력은 인간보다 약 10만 배 이상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에서 이 놀라운 감각이 인간의 신경질환까지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훈련된 탐지견들이 사람의 피부 냄새만으로 파킨슨병을 높은 정확도로 구별해낸 것이다. 이 발견은 조기 진단이 어려운 신경계 질환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는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와 헬싱키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진행했다. 연구진은 파킨슨병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피부 면봉 시료를 수집해, 탐지견 다섯 마리를 대상으로 후각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개들은 파킨슨병 환자의 냄새를 평균 80% 정확도로 구별했고, 건강한 대조군은 98% 정확도로 판별했다. 실험은 2025년 ‘Nature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었으며, 인간의 체취 속 화학적 변화가 신경세포 퇴화와 관련된 대사물질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연구의 배경에는 흥미로운 실화가 있다. 2012년 영국 여성 조이 밀네(Joy Milne)가 남편에게서 평소와 다른 ‘기름 냄새 같은 체취’를 느꼈고, 이후 그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으면서 과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연구진은 이 사례를 계기로 체취 내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분석해, 질병 특이 냄새 성분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탐지견 훈련에는 보통 6개월 이상이 소요되며, 개들은 미세한 화학 패턴을 구별하는 능력을 훈련받는다.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개들이 후각을 통해 인간의 대사 변화를 감지하는 것은 단순한 냄새 탐지가 아니라, 의학적 진단의 보조 도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파킨슨병 외에도 암, 당뇨, 코로나19 감염 등을 냄새로 구별하는 탐지견 연구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병원 진단 현장에 바로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후각 기반 인공지능(AI) 센서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개의 후각을 모델링한 전자코 기술이 이미 초기 테스트 단계에 있으며, 향후 저비용 조기 진단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