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가족 안에서도 유독 한 사람만 따라다니고, 다른 사람에게는 무심하거나 낯을 가리는 강아지를 본 적 있을 것이다. “왜 우리 강아지는 나보다 남편만 좋아할까?” “간식은 내가 주는데, 왜 아이한테만 꼬리를 흔들까?” 이런 궁금증은 많은 보호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질문 중 하나다. 강아지가 특정 인물에게 애착을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강아지는 생후 초기의 사회화 경험이 평생의 성격과 애착 패턴을 좌우할 수 있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의 한 연구팀은 보호자와 강아지 간의 첫 상호작용 시기, 보살핌의 질, 접촉 빈도가 강한 애착 형성과 밀접하게 연관된다고 밝혔다. 특히 사료를 주거나 산책을 시켜주는 사람보다, 정서적 교감을 자주 나눈 사람이 더 강한 애착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강아지는 후각과 청각이 예민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익숙하고 안정감을 주는 목소리나 냄새에 더 많이 반응한다. 깊은 음색이나 차분한 톤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에게 더 빠르게 마음을 여는 경우도 있으며,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행동이나 말투에 예민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이는 단순한 호불호가 아니라 생존 본능에 가까운 선택이다.
강아지는 사람의 표정, 목소리 톤, 움직임에서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강아지는 기쁨, 분노, 슬픔 같은 인간의 감정을 얼굴 표정만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감정 기복이 적고 일관된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 더 높은 신뢰를 보내는 경향이 있다. 이는 훈련 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물론 강아지의 기질에 따라 특정한 사람에게 끌리는 성향이 다르기도 하다. 외향적이고 활발한 강아지는 에너지가 높은 사람을 좋아할 수 있고, 예민한 성향의 강아지는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 곁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결국 강아지와 사람 사이에도 ‘궁합’이 존재하는 셈이다.
강아지가 특정 사람만 따르는 이유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과 일관된 반응, 그리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선택이다. 강아지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억지로 애정을 강요하기보다 일상 속에서 천천히 교감의 시간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