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사람의 얼굴을 볼 때 어느 쪽을 더 많이 주시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보호자 입장에서는 눈 마주침 정도만 기억에 남을 수 있지만, 실제로 강아지는 사람 얼굴의 특정 방향을 더 집중해서 바라본다. 이 현상은 단순한 버릇이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행동에서 비롯된다.
강아지는 사람의 얼굴을 볼 때 왼쪽을 더 오래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이를 전문 용어로 좌측 시선 편향(left gaze bias)이라고 한다. 2007년 영국 링컨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강아지에게 정면을 바라보는 사람 얼굴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 시선이 자연스럽게 얼굴 왼쪽으로 먼저 향했다. 이 반응은 개뿐 아니라 인간도 동일하게 보이는 특징이다.
사람의 얼굴에서 감정은 보통 왼쪽 얼굴에서 더 강하게 표현된다.
웃거나 찡그릴 때도 왼쪽 얼굴 근육이 더 뚜렷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뇌의 우반구가 감정 처리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강아지는 이러한 패턴을 학습해 보호자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자 왼쪽 얼굴에 시선을 집중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늑대나 다른 동물들은 이런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사람과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반려견에게서만 관찰된다. 즉, 강아지는 단순히 시각적인 특징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해석하고 대응하는 사회적 존재라는 뜻이다.
또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강아지는 사람의 얼굴 전체보다 눈과 입 주변을 집중해서 관찰한다고 한다. 특히 눈과 눈썹의 움직임을 통해 기쁨, 분노, 슬픔 같은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려는 시도가 관찰되었다. 강아지가 보호자의 표정을 읽는 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정교하다.
결국 강아지가 왼쪽 얼굴을 더 자주 바라보는 이유는 단순한 습관이 아닌,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교감하려는 행동의 일환이다. 이는 사람과 강아지 사이의 관계가 단순한 반려 이상의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반려견이 눈을 바라볼 때, 단순히 귀여워서가 아니라 우리 마음을 읽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