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Health

고양이와 인간의 눈짓 대화, 느린 깜빡임의 과학


고양이와 눈을 마주칠 때 천천히 눈을 깜빡여본 적이 있는가. 최근 과학자들이 밝혀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의 느린 눈 깜빡임은 고양이에게 ‘친밀함’과 ‘안전함’을 전달하는 신호로 작용한다. 단순한 눈짓이 반려묘와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영국 서식스대와 포츠머스대 공동 연구진은 여러 가정에서 21마리의 고양이와 그 보호자들을 관찰했다. 실험에서 연구진은 보호자에게 고양이를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는 ‘슬로 블링크(slow blink)’ 동작을 하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고양이들은 보호자가 느리게 눈을 깜빡일 때 더 자주 다가오거나, 같은 방식으로 눈을 깜빡이며 반응했다. 이는 인간의 미소에 해당하는 고양이의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논문은 2020년 국제 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었으며, 이후 여러 후속 연구를 통해 이 행동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고양이는 눈을 크게 뜨는 행동을 위협 신호로 받아들이지만, 천천히 감았다 뜨는 동작은 신뢰와 편안함의 표현으로 해석한다. 이 신호는 고양이끼리도 사용하며, 사회적 유대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고양이 행동 전문가들은 이를 ‘비언어적 공감 소통법’이라고 부른다. 미국 VCA Animal Hospitals의 수의사 애미 페레즈 박사는 “고양이의 눈짓은 그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가장 섬세한 언어”라며 “사람이 먼저 느리게 눈을 깜빡이면 고양이는 이를 안전한 존재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이 행동은 단순하지만 고양이의 신뢰를 얻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낯선 환경에 긴장한 고양이나, 입양 초기의 고양이에게도 효과적이라는 보고가 있다. 다만 억지로 눈을 마주치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까이 대는 것은 오히려 위협으로 느낄 수 있으므로, 편안한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시선을 맞추는 것이 좋다.

이처럼 과학자들이 밝혀낸 ‘느린 눈 깜빡임’은 고양이와 인간의 감정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작은 다리다. 말 대신 눈짓으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장난감이나 간식보다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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