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다가와 얼굴이나 몸을 보호자에게 부비는 행동은 집사라면 누구나 반가운 순간이다. 많은 이들이 “고양이가 애정 표현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지만, 이 행동에는 단순한 애정 이상의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고양이의 부비부비는 그들만의 고유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고양이의 얼굴, 특히 볼 주변에는 페로몬을 분비하는 분비샘이 있다. 고양이가 사람이나 사물에 얼굴을 비비는 것은 자신만의 향기를 남기는 일종의 ‘표식 행동’이다. 2003년 캐나다 퀘벡 몬트리올대학교 수의학과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는 자신이 속한 공간에 냄새를 남겨 안정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통해 사회적 소속감도 형성한다고 밝혔다.
고양이가 보호자의 다리에 몸을 부비거나 머리를 비비는 것은 소유감을 나타내는 행동이기도 하다. 이는 다른 고양이나 동물에게 “이 사람은 내 영역이야”라고 말하는 셈이다. 특히 다른 동물이 접근했을 때 더 자주 부비는 경향이 있다면, 보호자에 대한 애착과 경계심이 동시에 나타나는 것이다.
고양이끼리도 서로 얼굴을 부비며 인사를 나눈다. 특히 사이가 좋은 고양이끼리는 매일 아침이나 잠에서 깼을 때 이 행동을 통해 유대감을 강화한다. 보호자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부비는 것은 “당신을 가족으로 받아들였어요”라는 긍정적 신호다. 이는 인간의 포옹이나 악수와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고양이에게 있어 페로몬을 남기는 행동은 심리적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낯선 환경이나 새로운 물건이 들어왔을 때 부비는 행동이 많아진다면, 이는 긴장을 해소하려는 반응일 수 있다. 실제로 고양이용 인공 페로몬 제품이 스트레스 완화에 사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양이의 부비부비는 단순한 애교가 아니다. 영역 표시, 애착 표현, 인사, 심리 안정 등 다양한 의미가 담긴 행동이다. 보호자는 이 귀여운 신호를 잘 받아들이고 적절히 반응해주는 것만으로도 고양이와의 유대감을 크게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