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던지면 지칠 줄 모르고 계속 물어오는 강아지들이 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귀엽고 활달하게 느껴지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부 개체는 장난감에 대한 집착이 중독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빈 수의대(Vetmeduni Vienna) 연구팀이 2025년 10월 발표한 연구는 이른바 ‘공놀이 중독(ball junkie)’ 현상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연구진은 여러 품종의 반려견 15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각 개체에게 동일한 장난감을 반복적으로 던져주며 행동을 관찰한 결과, 약 10%의 개들이 극도의 흥분 상태를 보이며 놀이를 멈추지 못했다. 이들은 공을 던지지 않으면 불안한 듯 짖거나, 보호자의 손에 코를 밀며 던지기를 재촉했다. 심지어 식사나 물 마시기를 거부하고 장난감 주변을 떠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를 주도한 동물행동학자 아네타 루바노바 박사는 “이러한 행동은 도파민 분비가 과도하게 자극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놀이가 뇌의 보상 시스템을 반복적으로 활성화시키면서 중독과 유사한 패턴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게임 중독이나 스마트폰 의존과 유사한 뇌 반응 구조를 지닌다.
실험에서는 특히 목양견 계열(보더콜리, 오스트레일리안 셰퍼드 등)에서 높은 비율의 집착 행동이 나타났다. 이 품종들은 본래 집중력과 추적 본능이 강하게 발달해 있어, 특정 자극에 반복적으로 몰입하기 쉬운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진은 “놀이 자체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중독 수준의 흥분은 오히려 스트레스와 호흡기, 관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보호자들이 공놀이 시간을 일정하게 제한하고, 놀이 중간에 ‘멈춤’ 신호를 가르쳐 휴식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장난감의 종류를 주기적으로 바꾸고, 후각 탐색 놀이나 산책 등 다른 활동을 병행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미국동물행동학회(ABS) 역시 반복적이고 강박적인 행동이 나타날 경우 행동 교정 전문가의 상담을 권한다. 장난감은 즐거움을 위한 도구이지만, 그 자체가 삶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반려견에게 필요한 것은 자극이 아니라 균형 잡힌 일상이다. 놀이의 목적이 흥분이 아닌 행복이 될 때, 진정한 교감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