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 누군가가 항상 문단속을 여러 번 확인하거나, 손 씻기를 과하게 반복하는 모습을 본 적 있는가? 흥미로운 점은 이런 행동을 관찰한 자녀가 나중에 비슷한 방식으로 불안과 강박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강박은 단지 성격 문제가 아니라, 유전적 요인과 양육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형성되는 복합적 심리질환으로 본다. 최근 연구들은 특정 유전자와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이 강박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강박장애는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이 강박을 앓을 경우, 다른 한 명도 발병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유전만으로 강박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불안을 과도하게 표현하거나 실수를 지나치게 비난하는 양육 태도도 아이의 불안을 키우고, 결국 반복적 확인이나 회피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다. 즉, 유전적 소질 위에 형성된 환경이 강박의 발현을 가속화하는 셈이다.
강박을 가진 사람들은 흔히 어린 시절부터 “틀리면 안 돼”라는 메시지를 내면화해온 경우가 많다. 실수를 했을 때 혼나거나, 완벽해야 칭찬을 받았던 경험이 누적되면서 불완전함에 대한 불안을 학습하게 된다. 특히 위생, 안전, 도덕성 같은 특정 주제에 민감했던 가정에서는 해당 분야에 집중된 강박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험은 자라면서도 ‘그렇게 해야 마음이 놓이는’ 습관으로 굳어지게 된다.
강박은 유전될 수 있지만, 반드시 물려받는 질환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경향성을 이해하고, 필요한 경우 조기에 개입하는 것이다. 가족 중에 강박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그 행동을 비난하기보다,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공감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어린 자녀에게는 지나친 통제 대신 실수와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훈련이 예방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강박은 바뀔 수 있다. 이해가 변화의 첫걸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