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건강의 적’이라는 말,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스트레스를 해로운 것으로 인식하고, 어떻게든 없애려고 애쓴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무조건 피해야 할 존재일까? 최근 심리학과 신경과학 연구에서는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있다. 오히려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애려는 태도가 우리의 정신 건강에 더 해롭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요한 건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느냐라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생존 본능의 일부다. 우리가 위험을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스트레스 반응 덕분이다.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는 집중력과 생산성을 높이고, 긴장감을 유지해 목표를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 이를 ‘유스트레스(eustress)’라고 부른다. 반대로, 탈진과 무기력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스트레스는 ‘디스트레스(distress)’다. 문제는 스트레스 자체가 아니라, 그 상황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회피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일수록 건강 악화와 우울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성장의 기회로 해석하고, ‘내가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똑같은 환경에서도 훨씬 안정된 감정 상태를 유지한다. 실제로, 시험이나 발표 같은 상황에서 적절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집중력과 성과를 높인다는 것이 입증되어 있다. 중요한 건 반응의 방식이다.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애쓸수록 오히려 스트레스에 더 민감해질 수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제거해야 할 적이 아니라, 관리하고 활용해야 할 자원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일상을 버텨내는 힘은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에서가 아니라, 스트레스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방법을 배울 때 생긴다. 지금 겪고 있는 긴장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그 긴장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