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부부가 공동 명의로 주택 모기지 대출을 신청할 때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상식 중 하나가 두 사람의 신용 점수를 합산하거나 평균을 낼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실제 대출 심사 과정에서 은행이 적용하는 방식은 훨씬 냉정하고 보수적이다. 대출 기관은 부부 중 신용 점수가 더 높은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낮은 사람의 점수를 기준으로 대출 승인 여부와 이자율을 결정한다.
이를 통해 은행은 대출금 상환 불이행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한다. 만약 남편의 신용 점수가 최상위권인 800점이고 아내의 점수가 650점이라면 은행은 아내의 점수인 650점을 기준으로 대출 적격 여부를 판단하고 이자율을 책정한다.
이러한 방식 때문에 부부 중 한 명의 신용 점수가 현저히 낮을 경우 공동 명의 대출이 단독 명의 대출보다 훨씬 불리한 금리 조건을 받게 될 수 있다.
특히 미국 모기지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신용 평가 모델인 에퀴팩스, 익스피리언, 트랜스유니온 세 기관의 점수 중 중간 점수를 채택하는데 공동 신청 시에는 두 사람의 중간 점수들 중 더 낮은 쪽을 최종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주택 구입 계획이 있다면 최소 6개월 전부터 부부 두 사람 모두의 신용 기록을 점검하고 점수가 낮은 배우자의 부채를 우선 상환하거나 연체를 방지하여 점수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만약 배우자 한 명의 소득만으로도 원하는 대출 금액을 승인받을 수 있다면 신용 점수가 낮은 배우자를 대출 신청에서 제외하고 단독 명의로 신청하는 것이 이자율 측면에서 훨씬 유리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주택 소유권 증서에는 두 사람의 이름을 모두 올릴 수 있지만 대출 계약서에는 소득과 신용이 우수한 한 명만 이름을 올리는 식이다. 다만 소득 합산이 필요한 경우라면 낮은 신용 점수를 감수해야 하므로 결혼 전후의 재정 관리가 주택 마련이라는 큰 목표 앞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되는 대목이다.